우리의 고대사는 일제식민사학에 의하여 다리가 잘리고

모화사상에 의하여 팔이 잘려 숨만 헐떡이고 있는 불구의 몸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김부식은 우선 신라를 수위(首位)에 놓고 고구려를 그 하위에 둔 다음

백제를 마치 사생아처럼 맨마지막에 놓아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백제가 이처럼 사생아 취급을 받고 있었다면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략) …

그리하여 백제는 안팎 곱사등이가 된 셈이었다.

안에서는 머리가 잘리었으며, 밖에서는 다리가 잘리었다.

왕국의 영광은 초토화되었으며, 그 찬란하던 문화는 매몰되어 버렸다.

안에서는 서자로서 간신히 족보에만 올라 있을 뿐이고,

밖에서는 출생의 신분을 숨기려는 이유로 은폐와 조작으로써

완전히 백제는 공중분해되어 형체도 없이 스러져버린 것이다."

 

 

소설가 최인호씨는 특유의 풍부한 감성으로 [잃어버린 왕국]에서

백제의 역사가 사라진 것에 대한 울분을 토로하지만 어디 백제 뿐이었던가?

 

지금 인터넷상의 고대사 사이트에서는 환빠(환단고기에 빠진 정신 나간 사람)니

식빠(식민사학에 빠진 앵무새 같은 사람)니 하여 서로 헐뜯고 비난하여

마치 불구지천의 원수를 대하 듯 한다.

우리의 고대사 첫 단추가 잘 못 꿰어진 탓일 것이다.

 

紀는 제왕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고, 記는 제후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라 한다.

일제는 김부식이 지은 三國史를 三國史記라 하여 제후의 역사로 낮추어 버렸다.


 

북애자는 규원사화의 서문 말미에 통탄하듯 말하고 있다.

‘슬프다! 후세에 만일 이 책을 잡고 우는 사람이 있다면

내 죽은 넋이라도 한없이 기뻐하리라‘고

 

이제 우리의 고대사에 대한 긴 여정을 아직도 위서논쟁에 시달리고 있는

박창화의 남당유고와 삼국사기 및 중국 사서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팔다리가 잘린 불구의 몸을 바로 세워 보고자 한다.

 

본인은 역사 학자도 아니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다만 고대사에 관심이 있는 순수한 아마추어이다.

인터넷상에 올라 있는 많은 글들을 참고하여 이 글을 작성하므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라도 삭제할 것임을 먼저 밝힌다.

 

 

 

※ 참고 <진삼국사표(進三國史表) / 김부식>

 

신 부식이 말씀 올립니다.
 
옛 열국은 각각 사관을 두어 기사를 기록했으므로

맹자는 '진나라의 [승乘]과 초나라의 [도올禱]과 노나라의 [춘추]가 같은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생각건대, 해동 삼국(고구려,백제,신라)의 역년이 장구하니

응당 그 사실이 책에 나타나 있을 것이므로 노신에게 이를 편집하도록 명하셨으나

스스로 돌아보건대 결점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상폐하께서는 당요(唐堯-요임금)의 문사(文思)를 바탕으로

하우(夏禹-하나라의 시조)의 근검을 본받아

정사에 부지런하신 틈틈이 옛 역사책을 많이 읽으셨는데,

지금의 학문하는 사대부들은 오경(五經), 제자백가와

진한(秦漢) 역대의 역사에는 널리 통하고 상세히 설명하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실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그 시말(始末)을 알지 못하니

심히 탄식할 일이라 하셨습니다.

 
하물며 신라, 고구려, 백제는 나라를 세워 정립해서 예의로 중국과 교통했던 까닭에

범엽의 [후한서]와 송기의 [당서]에 모두 삼국에 관한 열전이 있으나

(중국의 사서들은) 국내의 일은 상세히 적고 외국의 사실은 간략히 적었으므로

(祥內略外)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또 우리의 옛기록(古記)은 문장이 거칠어 뜻이 통하지 않고 사적이 빠져 없어져,

이로써 임금의 착함과 악함, 신하의 충직함과 간사함, 국가의 편안함과 위태로움,

인민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을 모두 드러내어

뒷사람들에게 권장하고 경계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마땅히 삼장三長(역사가에 필요한 세가지 장점, 재才,학學,식識)의 재주를 얻어

능히 일가의 역사를 이루어 이를 만세에 전해 해와 별처럼 환하게 밝히고 싶으나,

신과 같은 사람은 본디 삼장의 재주도 없고 또 깊은 견식도 없으며

더구나 노년에 이르러 정신이 날로 어두워져 비록 부지런히 독서를 하지만

책만 덮으면 곧 잊어버리게 되고,

붓을 들어도 필력이 없어 종이를 대해도 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신의 학술이 이와 같이 천박한데,

옛날 사람이 남겨놓은 말과 행동은 그처럼 어두우니

그런 까닭으로 정신을 다 쓰고 힘을 다하여 겨우 편찬을 완성시켰사오나

마침내 볼 만한 것이 없으므로 다만 스스로 부끄러울 뿐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성상폐하께서는 신의 소략하게 지은 것을 살피시고

함부로 지은 죄를 용서해주시고,

비록 이 책을 명산(名山)에 간직하기에는 부족할지라도

장독을 덮는 물건으로 쓰지는 마옵소서.

변변치 못한 신의 뜻은 하늘의 해가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Posted by 띨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