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왕 원년(AD.192)

 

2월 ... 권처 <홍개洪介>가 왕의 아들 <홍부洪夫>를 낳았다.

 

왕이 아기를 씻겨주며, 심히 기뻐하였다.

 

<홍개>의 어머니 <문기文其>에게 녹봉 200석을 더하였다.

 

이때 <문기> 역시 왕의 행차를 받고 임신하여 권처의 녹봉을 받았다.

 

이때에 이르러 또 녹봉을 더하니, 그 녹봉은 <홍가洪可>에게 많은 부분이 되돌아갔다.

 

<문기>는 미모와 음란하여 왕을 섬겨 무너지지 않고, 신분이 높아져 더욱 숭상되었다.

 

당시의 사람들이 말하기를

 

“천자를 섬기는 일은 오히려 당해낼 수 있지만,

<문기>의 음란함은 가히 당해낼 수 없다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5월 <문기文其>가 왕의 딸을 洪介井中{문기의 딸 홍개가 거처하는 곳}에서 낳았다.

 

왕과 <홍가洪可>가 아기를 씻겨주었다.

 

<문기>가 자태가 교만하여 큰소리로 우는 소리를 내고, <홍가>를 깔고 의지하니,

산수(産水){양수}가 <홍가>의 얼굴에 얼룩져 더럽혀졌다.

 

<홍가>가 씻으려 하자, 곧 <문기>가 노하여 꾸짖어 말하기를

 

“너는 내가 신분이 높아져, 왕의 자식을 낳았는데,

어느 등신(等神){어리석은 사람}이 양수가 더럽다고 하는가!”라고 하였다.

 

네, 네 하고 순종하여 감히 씻지 못하였다.

 

후궁(後宮)들이 그것을 노래하여 말하기를

 

“우부집서의 신수(神水)가 묻은 얼굴이 가련하구나.

낭군(郞君, 남편)은 곧 노자(奴子, 사내종)이다. 딸을 낳아야 당해낼 수 있다.”

라고 하였다.

 

<작문作文>댁의 어머니{多可}가 아들을 낳으면 <작홍作洪>처럼 하지 말라고 하였다.

 

잡판 <작홍>이 어머니의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지며 말하기를

 

“내가 어찌 한결같이 나의 처 <감작甘作>의 사내종인가?”라고 하였다.

 

<문기>가 웃으며 말하기를

 

“나는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바는 곧 이것이다.

너의 어리석음으로 나의 노예가 되게 하였는데 행복하지 않는 것이로구나.

<신공辛公>은 영웅이었으나 오히려 <아세阿世>의 노예였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홍가>가 크게 기뻐하였다.

 

스스로 영화롭다하여, 진실로 가히 웃을 수 있었다.

 

 

Posted by 띨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