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불>의 아버지인 <돌고>가 죽음에 처하여졌을 때
<상루尙婁>는 그의 손녀인 <초랑草娘>이 <을불>과 가까이 지내고 있어
혹시나 연루될가 두려워하여 <을불>을 먼 친척인
수실촌주(水室村主) <음모陰牟>의 집으로 피신시킨다.
<을불>이 누구인지도 몰랐던 <음모陰牟>는 그를 노예 부리듯 한다.
어느 더운 여름날 밤이었다.
초택(草澤)에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자
<음모陰牟>의 소처(小妻)가 <을불>로 하여금 밤새 돌을 던져
개구리를 울지 못하게 하라한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 까지 고된 일을 하여
몸이 녹초가 된 <을불>은 어느 새 잠이 들고 말았다.
이를 안 <음모>가 <을불>을 꾸짖고 매질하기에 이르니
서천대제의 품에 안겨 재롱을 떨던 황가의 후손으로서는 치욕을 참기가 어려웠다.
<을불>은 자신이 한없이 한심스러웠다.
이제 그를 보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자
<을불>은 절망한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개구리가 울던 못으로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재생再生>이 그를 구해내었지만
생을 포기한 그에게 위로가 될 것은 별로 없었다.
이때 남쪽으로 가던 신년 사자(使者) 일행을 만나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을불>은 정적(政敵) <원항猿項>이 죽었다는 소식과
<창조리倉助利>라는 강직한 성격의 상국(相國)이 등장하였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백성들은 그의 아버지 <돌고>와 자신을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로운 희망이 가슴에 벅차올랐다.
<재생>과 <을불>은 드디어 음모의 집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걷고 걸어 낙랑(樂浪)의 땅으로 들어가게 된다.
<을불>의 삼도(三徒)라함은 봉상(烽上)의 체포령을 피해
숨어 지내던 <을불>에게 힘이 되어준 군사적 세력들을 말한다.
즉, 태을(太乙), 엽호(獵戶), 토갈(土鞨)을 말하는데
장차 <을불>이 정변을 성공시키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세력들이다.
을불이 <재생再生>과 함께 낙랑의 남쪽 지역인 대방에서
장차 을불의 큰 힘이 될 <장막사長莫思>와 <휴도休都>를 만난다.
<장막사>는 을불의 아버지인 <돌고>와 안국군 <달가>의 부하로
숙신정벌에 참여하였던 인물이고 <휴도>는 장막사의 종제(從弟)였다.
<장막사>와 <휴도>는 엽호(獵戶)라고 불리는 무리들과 어울려 살고 있다가
<을불> 일행을 만나 의기투합하게 된다.
때마침 엽호가 토갈(土鞨)이라 불리는 무리들에게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하였는데
<을불>의 활약으로 토갈을 평정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로 인하여 <장막사>는 토갈의 추장이 되고 <을불>은 엽호의 추장이 되기에 이른다.
이것을 계기로 <을불>은 재기의 기틀을 잡게 되는데
남당유고의 을불대왕전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乙弗娶太平之二女推爲獵戶之長
日以打虎爲事與樂浪交通貿易 交結豪傑 潛謀中興
於是四方有志之士聚於其地
<을불>은 <태평太平>의 두 딸들에게 장가들고 엽호의 우두머리로 추대되었다.
매일 무술을 연마하였고, 낙랑과 오가며 물건을 사고팔았으며,
호걸들과 서로 사귀어 은밀히 중흥을 꾀하였다.
이에 사방에서 세상을 걱정하는 이들이 그 땅으로 모였다.
<을불>이 대방의 땅에서 낙랑과 무역을 하며 거사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그 재력을 바탕으로 사람을 모으기 시작한다.
<을불>은 아버지 <돌고> 태자의 원한을 갚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을불>의 또 다른 심복인 <담하談河>가 고구려의 서울로 들어가
<을불>의 어머니인 <을씨>와 조모(祖母)인 <고씨>를 만나
<을불>이 <음모>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니
<을씨>와 <고씨>는 훗날의 모의자금으로 백금을 주며 이들을 격려한다.
하지만 <담하>가 <음모>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을불>과 <재생>은 낙랑으로 떠난 뒤였다.
<을보>의 신하 <송거松巨> 역시 소식을 듣고
<음모>의 집으로 <을불>을 찾으러왔다가 허탕을 치고
<담하>와 의기투합하여 과거 달가의 봉지(封地)였던 양맥과 숙신 일대에서
태을도(太乙徒)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이 <송거>와 <담하> 일행이 남으로 <을불>을 찾으러 내려오다가
두우곡(斗牛谷)에서 토갈의 무리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당시 토갈의 추장으로 있던 <장막사>가 이들을 <을불>에게 인도하게 되고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을불>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송거>, <담하>의 태을도(太乙徒)와 토갈(土鞨)의 <장막사>
그리고 엽호(獵戶)의 삼도(三徒)가 한 자리에 모여
장차 <을불>을 황제의 위에 올리는데 뜻을 같이하게 된다.
'고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2. 尙婁가 倉助利를 薦擧하다 (0) | 2014.09.15 |
---|---|
261. 을불(乙弗)이 창포의 사랑을 얻어 최체를 차지하다 (0) | 2014.09.15 |
259. 돌고(咄固)를 죽음으로 내몬 鵠林大戦 (0) | 2014.09.14 |
258. 봉상제 치갈(雉葛)이 西川大帝 若友를 시해(弑害)하다 (0) | 2014.09.14 |
257. 內解가 죽고 助賁이 즉위하다 (0) | 2014.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