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을불>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때가 왔다.
고구려 황실 내부에서는 <을불>의 어머니인 <乙씨>가
<달가>의 옛 신하인 선옹(仙翁)의 아들 <선방仙方>을 설득하여 원군을 얻고,
안국군 <달가>의 큰 아들 <자柘>를 낳았던 <해문解門>은
당시 실세였던 <우평于枰>을 꼬드겨 군자금을 확보한다.
<을불>의 신하 <송거松巨>는 <모용외>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모용외>가 고구려의 서쪽을 공격하여 <우평>의 군사를 빼돌린 후
이를 틈타 내부에서 <선방>이 난리를 일으켜
<을불>의 도당들이 황실을 구원하는 척하며 군사를 도성에 몰고 가
봉상을 제거하고 <을불>을 제위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 계획은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외적의 힘을 빌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과거 <발기>가 <공손도>의 힘을 빌려 <연우>{산상대제}를 치려하다
고구려의 서쪽 땅만 고스란히 <공손도>에게 내어 준 일이 있지 않은가?
어쨌든 <을불>은 <담하>를 <모용외>의 터전인 극성으로 보내
<모용외>에게 이번 일을 도와주면 세세토록 번국이 되겠노라고 맹세한다.
과거 그들의 모국인 고구려가 그들의 번국이 되고자하니
참으로 <모용외>에게는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서기 296년 봉상5년 8월,
마침내 <모용외>는 극성을 출발하여 고구려의 서쪽인 서천(西川)을 쳤다.
<모용외>가 고국원에 이르러 서천대제의 능을 훼손시키고자 시도하였다.
조상의 시신을 지키는 일은 고구려인들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모용외>는 그것을 알았기에 시신을 인질처럼 삼고자 무덤을 파헤친 것이다.
하지만 능에 손을 대자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추위가 몰아치고 무덤을 뒤지던 자가 갑자기 죽고
무덤 안에서 음악소리가 흘러나오자 <모용외>의 군사들은 혼비백산을 하고
<모용외> 역시 겁을 먹고 작업을 중지하고 공격을 늦춘다.
또한 내부에서 응하기로 하였던 <선방>도
외적인 <모용외>를 끌어들이는 일을 반대하여 호응하지 않았다.
<모용외>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고구려를 상대할 수 없었기에 물러나고 만다.
그리하여 <을불>의 정변은 실패로 끝난다.
<서천(西川)과 고국원(故國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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