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대제9년{AD422}임술

 

 

4월, <魏>가 <경鯨>태자를 천사(天師)로 삼고 도장을 열었으며,

사신을 보내서 자기들의 선조에 대하여 물었다.

 

<십익건>과 <발규>시절을 빼고 수찬하여 어지러웠고 또한 틀린 곳도 있었다.

 

애초에, <섭신涉臣>은 딸 <고두臯頭>를 <을두지乙豆智>에게 처로 주었으며,

나중에 <고두臯頭>가 낳은 딸 <을乙>을 취하여 <섭득涉得>을 낳았다.

 

<섭득涉得>이 <사만射滿>을 낳았고, <사만射滿>이 <응묵應默>을 낳았다.

 

<응묵應默>은 <두건梪健>을 낳았으며,

신명제(神明帝)의 딸 <적荻>공주를 취하여 <적인荻仁>을 낳았다.

 

<적인荻仁>은 <두산梪山>을 낳았고,

<두산梪山>은 태조(太祖)의 딸 <비裶>공주를 취하여 <두진梪真>을 낳았으며,

<두진梪真>은 <섭인涉仁>을 낳았다.

 

<섭인涉仁>은 <섭진涉眞>을 낳았고,

<섭진涉眞>은 <응록應鹿>을 낳았으며, <응록應鹿>은 <이록비伊鹿肥>를 낳았다.

 

<이록비伊鹿肥>는 <노율奴律>을 낳았고,

<노율奴律>은 <의이倚柂>와 <의로倚盧>를 낳았다.

 

<이록비伊鹿肥>는 또 중천(中川)의 딸 <운雲>공주를 취하여

<실록관悉祿官>을 낳았고, <노율奴律>의 처와의 사이에서는 <불弗>을 낳았다.

 

<불弗>은 <울률鬱律>을 낳았고, <울률鬱律>은 <건犍>을 낳았으며,

<건犍>은 <식寔>을 낳았고, <식寔>이 <규珪>를 낳았던 것이다.

 

<섭신涉臣>이 귀화한 이래 조정의 은혜를 받아왔는데,

한 자리에서 만나면 서열로는 백제의 다음이었고 신라와는 동등하였다.

 

세세토록 장인과 사위의 사이로 있었던 것이 이와 같았었고,

이러한 까닭에 <섭득涉得>시절부터 이미 선사를 받들어왔으며,

지금에 와서 크게 번창하게 된 것이었다.

 

 

5월, <유유劉裕{<宋>高祖, 都<建康>}>가 죽자

남쪽 사람들이 찾아와 항복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명을 내려서 모두에게 집을 주고 편안히 살 수 있게 하였다.

 

<사嗣>는 아들 <도燾>를 시켜 나라 일을 돌보게 하였다.

<장수대제기>

 

 

 

二十三年 夏六月王遣使入魏朝貢 且請國諱

世祖嘉其誠款使錄帝系及諱以與之

遣員外散騎侍郞李敖

拜王爲都督遼海諸軍事,征東將軍,領護東夷中郞將,遼東郡開國公,高句麗王

秋 王遣使入魏謝恩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장수왕 23년(435)

 

하6월, 왕이 魏에 사신을 들여보내 조공하고, 또 국휘(國諱)를 청하였다.

 

세조(世祖)가 그 정성을 칭찬하고 황제들의 계보와 이름을 적어가게 하였다.

 

원외산기시랑(員外散騎侍郞) <이오李敖>를 보내 왕을

도독요해제군사, 정동장군, 령호동이중랑장, 요동군개국공 고구려왕으로 봉하였다.

 

가을, 왕이 사신을 魏에 들여보내 은혜에 감사드렸다.

 

 

 

 

三年 乙亥正月魏欲修其先世史 問其來朝史實 又問諱名

答以國朝 不諱御名汝國之事 非我可知

魏乃諱其先世擅自改易其名者多矣

上笑曰 昔有人冨而養母於車中 其不便甚於貧時

索頭査犍等 如有知必以爲車中之母 金勒之雉矣   

<장수대제기>

 

             

 

(장수)3년(435) 을해 정월, 魏가 자기들 선조의 역사를 만들고자,

그들이 래조한 역사를 묻고 또 이름을 감추었는지 물어왔다.

 

답하기를 우리 조정은 어명을 감추지 않지만,

네 나라의 일은 우리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魏는 그 선세(先世)를 숨기고 마음대로 그 이름을 고쳐 바꾼 것이 많았다.

 

상이 웃으며 말하기를

 

“옛적에 부자가 된 사람이 어머니를 수레 안에 모셨지만,

그 불편함이 가난할 때보다 심하였다 하더라.

색두(索頭)의 <건犍> 등을 알아보면,

반드시 거중지모(車中之母)요, 금륵지치(金勒之雉)라 하였을 것이다.” 

 

 

※참고

 

거중지모: 수레 안의 어머니

 

금륵지치: 금 굴레를 씌운 꿩

 

 

 

六月 魏散騎侍郞 李敖等送嗣女嘉蘭来 乃賀蘭之出云

上以談允 爲迎接大使者出西河 迎之

入淌水宮 行卺禮 宴敖等于獸林溫宮 

敖等 献駙馬大王金印 大單于玉璽等

 

上笑謂敖等 汝國累遣不死藥不老酒 而祝朕長壽 又以淸平公主事我

百年兩國之情 如山若海者此之謂也 

敖曰 小國誠事陛下未有一欠

近聞馮賊潛通上國 遣使来探臣等之所 爲聞甚驚駭

上曰 離間之言也弘累遣使來請救 朕不許矣 汝等安心

敖等皆叩頭而去 

<장수대제기> 

 

             

(장수)3년(435년) 6월, 魏의 산기시랑(散騎侍郞) <이오李敖> 등이

<탁발사>의 딸 <가란賀蘭>을 보내왔는데, 곧 <하란賀蘭>의 딸이라고 한다.

 

상이 <담윤談允>을 영접대사자로 삼아 서하(西河)로 나가서 맞이하게 하였다.

 

창수궁(淌水宮)으로 들어가 근례(卺禮)를 행하고,

<이오李敖> 등에게 수림온궁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이오> 등이 부마대왕금인(駙馬大王金印)과 대선우옥새(大單于玉璽) 등을 바쳤다.

 

상이 웃으며 <이오李敖> 등에게 말하기를

 

“네 나라는 여러 차례 불사약과 불로주를 보내어 짐의 장수하기를 축원하였으며,

또 <청평淸平>공주로 나를 섬기니, 백년의 양국 간 우의가 산과 같고 바다 같다함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오>가 말하기를

 

“소국이 정성껏 폐하를 섬기는 것은 한 치의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근래 풍적(馮賊)이 상국(上國)과 몰래 통하고 사람을 시켜 신 등이 묵는 곳을 염탐하니

이를 듣고 몹시 놀랐습니다.”

 

상이 말하기를

 

“이간하려는 말이다.

<풍홍馮弘>이 여러 차례 사신을 보내 구해 달라 하였으나 짐이 허락하지 않았으니

너희들은 안심 하여라.”

 

<이오李敖> 등이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났다. 

 

 

※ 참고

 

근례(卺禮) : 혼례를 말함.

 

 

 

 

장수대제 건흥9년 422년에 북위가 사신을 보내 그들의 선조에 대하여 물었는데

삼국사기 장수왕23년(435년)의 기록에는,

고구려가 위(魏)에 조공하고 그 황제의 이름들을 알려달라고 하여

황제들의 계보와 이름을 적어가게 하였다 한다.

 

탁발규가 황제를 칭하며 魏를 건국한 것은 서기 386년의 일이다. 

 

고구려가 그들의 역대황제의 이름을 요청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때가 3대 탁발도의 시절이니,

역대 황제라 해봐야 탁발규 - 탁발사 - 탁발도이다.

 

그리고 이때는 북연의 풍홍과 북위의 탁발도가 대립하던 시절이었기에,

서로가 고구려의 눈치를 살피며 싸우고 있던 때이다.

 

 

북위의 <탁발도>가 먼저 고구려에게 래조한 것을

삼국사기가 해괴한 이야기를 들먹이며 바꾸어버린 것이다. 

 

북위의 선조인 색두는 북부여와 고구려의 속국이었다.

 

그 과거를 물어볼 곳은 북부여의 후손인 고구려뿐인 것이다.

 

북위가 나라를 세우고 그럴듯한 역사를 만들어보고자 하였는데,

선대의 역사를 몰라 고구려에게 그들의 과거를 묻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에게서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하자,

북위는 자신들의 역사를 마음대로 치장하였다는 것이다.

 

마치 노비로 살던 집안이 부자가 되어 그 족보를 사들여 꾸미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장수대제는 이런 행동을 비웃으며,

만약 그들 조상이 이 사실을 알면 오히려 더 불편했을 것이라고 비아냥대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삼국사기나 魏書등은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이야기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이오>가 온 목적은 <풍홍>을 지원하지 말아달라는 말이고,

이는 적국을 공격하기 전에 주변의 강국에게 사전 작업을 하는 통상의 전략이다.

 

장수3년(435년) 그들이 부마대왕금인과 대선우옥새를 바친 것은,

혼인동맹을 확인하고 고구려를 사위이자 대선우, 즉 북방의 황제로 인정한 것이고,

도독요해제군사,정동장군, 령호동이중랑장, 요동군개국공 고구려왕이라는 것은,

저들 스스로 말한 것일 뿐이다. 

 

북위가 나라가 강성해지자 자신들의 역사를 꾸미고자 하였고,

과거 그들의 조상이 속했던 부여의 후손인 고구려에게 물어보았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자 제 마음대로 역사를 꾸미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북연을 견제하고자 고구려에게 <이오>를 보내 혼인동맹을 맺은 것이다.

 

 

 

 

<420년경 동북아 정세>

 

 

 

 

 

 

Posted by 띨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