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57년{AD489}기사,

 

이해엔 대풍이 들어 벼이삭이 마당에 가득하였다.

 

감국이 순방하며 농민의 안부를 묻고 돌아왔다.

 

<연흡淵洽>비와 함께 <황>태자에게 병을 물어 이르길;

 

“부황께서 병으로 고생하시면서 늘상 죽는 것이 편하다는 말씀을 하시니

눈물이 흐르는 것을 금할 수 없었는데, 장인께서 또한 그러하시니,

이 자식은 마음을 어찌할 수 없음입니다.”

라 하였더니,

 

<황>이 말하길;

 

“살아 있는 이는 죽기 마련이고, 젊은이는 늙기 마련입니다.

원하옵건대, 폐하는 늙어서 죽는 이에게 마음을 쓰시다가

나라를 다스림에 소홀함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살아온 한평생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도를 아침에 듣는다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습니다.”

라 하였다.

 

이에 감국이 이르길;

 

“장인의 말씀을 소자는 종신토록 마음에 새겨두겠습니다.”

라 하였다.

 

며칠 후에 <황>이 죽어 대왕의 예에 맞추어 장사하였다.

나이 79살이었다.

 

<황>은 학문하기를 즐겼으며 정사에 게으르지 않았으며,

어짊으로 상을 보좌하기 30여년에 천하가 태평하여 졌다.

 

妃인 <춘돈春豚>과 <읍>공주는 모두 현명하였으며

가지런히 자식들을 가르쳤음에 종실의 표상이 되었다 한다.

 

감국은 상께서 경악할까 겁내어 <황>의 죽음을 불문에 부쳤더니,

상은 그가 죽은 것을 알지 못한 채 <초운椘雲>과 춤사위를 익혔다.

 

무(舞){수달춤} 차례가 되자 <연흡淵洽>을 불렀다.

 

<연흡淵洽>은 이제껏 시신 곁에 있었으나,

눈물을 거두어 그의 아비가 죽었음을 숨겼더니,

상은 그의 아비가 죽은 줄을 몰랐다.

 

춤사위가 끝나자 품에 안고 침상으로 들었다가 눈물 흔적을 보고 이르길;

 

“너는 내가 늙는 것이 싫은가보구나.”라 하자,

 

<흡>은 아뢰길;

 

“새들은 기쁨을 느끼면 눈물이 솟구쳐 나온다 합니다.”라 하였다.

 

상은 음경이 수그러져 일어나지 않아 종일토록 품에 안고 누워 있으면서

연거푸 귀한 것을 마셨더니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통하였다.

 

이로 인하여 <흡>은 다시는 부친의 시신 곁으로 갈 수 없었다. 

 

 

11월, <모대牟大>가 또 사신으로 <연희燕喜>를 보내 공물을 바쳤다.

 

그 나라 역시 대풍이 들었더니 <모대牟大>가 비로소 마음을 놓았고,

남당(南堂)에서 잔치를 벌여서 술 마시고 노래를 불렀으며,

마음 내키는 대로 거리낌이 없었다. 

 

<경>씨를 <흥안興安>의 보비(補妃)로 삼아주었다.

 

 

 

Posted by 띨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