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치료대법
1.
지금까지의 五運六氣에 의한 잡다한 간접접근과
여러 가지 그 밖의 진찰 방법으로 진찰을 했다면
六經 중 하나를 선택해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 침구치료 등이 있으나
外感과 內傷에 따라 그 적용이 다릅니다.
內傷은 七情에 의한 것이므로 以心治心法을 써야 되고
外感病은 汗・吐・下・和法이 있는데 이것을 다스림에 침구와 藥石을 쓰는 것입니다.
以心治心法은 以道治病法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아요.
대화로 상대방의 정신상태를 알아야 하고
유심적 상황, 六經的인 차원, 天과 地의 차원 등 여러 가지로 그것을 알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을 통해서 육체적인 질병뿐 아니라
정신적인 질병까지도 치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心包와 三焦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 언급을 했습니다만
이것으로써 以心治心法이 어떤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心包는 ‘안다’, 三焦는 ‘모른다’라고 하는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옛날, 宮中의 삐에로는
아주 위대하고 똑똑하고 잘났다고 하는 왕족의 反對給付로서 필요한 존재였지요.
또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세상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알고 잘났다는 의식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코미디언이
“마누라는 사흘에 한 번씩 어떻게 해야 된다!”고 하면서 큰소리를 칩니다.
여기까지는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지요.
그런데 “집에 전화를 해 주어야지!” 하며 전화를 겁니다.
그때 마누라의 큰소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면 관중은 배꼽을 쥐게 됩니다.
이것이 왜 우스우며, 왜 인생에 필요한 것일까요.
코미디언들은 여러분의 헛점을 이용해서 먹고 사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똑똑함, 잘 안다는 사실의 반대급부로서의 바보 역할을
코미디언이 대신해 주니 여러분은 심적 위안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手少陽三焦經의 이유이며
또한 手少陽三焦經으로 원숭이를 取象하게 된 이유입니다.
인도의 어느 도사는 미친 사람의 눈빛을 보고 도를 닦으라고 한 사람도 있습니다.
미친 사람은 절대 노려보는 일이 없습니다.
왜냐면 눈에 초점이 없기 때문이지요.
어떤 의미로는 道人과 동일합니다.
도인도 눈동자에 촛점이 없고 노려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한쪽은 깨어서 촛점이 없는 것이고
다른 쪽은 어떻게 하다 보니 지쳐서 촛점이 풀려버린 것입니다.
여하튼 미친 사람의 눈빛만을 관찰하는 수행법도 있습니다.
전체적 관점으로 볼 때 세상엔 미친 사람도 필요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성공과 야심에 집착해 있다면 실패한 사람이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야 조화가 맞습니다.
여러분들이 실패와 좌절을 당했을 때
그것이 神의 작품인 줄 안다면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용이하지 않고 히스테리가 많은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以心治心法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입니다.
곧 도로써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잠깐 쉬어가는 의미에서 마조선사의 유명한 마조원상 公案을 드리겠습니다.
마조선사께서 하루는 圓相(○)을 그려놓고 이르기를
“이 안에 들어가도 때리고, 들어가지 않아도 때린다”고 이야기 하자
한 제자가 그 안에 들어가 앉았다.
마조선사께서 그 제자를 방망이로 후려치시니 그가 마조선사에 대하여 답하되
“스님이 나를 때리지 못 했습니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마조선사께서는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장으로 들어가셨다.
그런데 이때 마조선사께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들어갔을까요?
이것을 명상의 자료로 삼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십시오.
몰론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內傷은 七情의 不調에서 오는 병이다.
다시 말해서 마음의 조화가 깨졌다는 것입니다.
“조화가 깨졌으므로 마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서로 상대되는 감정을 다스리고 치료하라”
말로는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환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이 어떤 관념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생각을 상대적으로 파악한다든가,
어떠한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인가 하는 것을
간파하는 실력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교활한 현대인으로부터 당하지 않으려면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현대인의 교활성에 의사가 도리어 당하고 맙니다.
미국에서 가구업을 하는 한 상인이 파리에서 아름다운 프랑스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가구상은 영어만을 알았고 이 프랑스 아가씨는 프랑스어 밖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손짓 발짓과 그림을 그려 보임으로써 서로의 뜻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남자가 자동차를 그려 보이자 드라이브하자는 뜻을 알고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식당을 그리자, 함께 식사를 하자는 뜻인 줄 곧잘 이해하고 응했습니다.
이렇게 친숙해져서 술도 마시게 되었고, Disco hall에 가서 춤도 추게 되었어요.
두 사람은 아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Disco hall을 나오며 여자가 남자에게 커다랗게 침대를 그려 보였습니다.
그러자 이 미국인 남자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니? 어떻게 내 직업을 알았지?’
깨어 있지 못하면 매사 이런 식이 됩니다.
상대방이 침대를 그렸을 때
‘내가 가구상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하고 여기는 이 선입관,
이건 무서운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자기 관념 즉 선입관으로부터 깨어나야 합니다.
환자를 선입관으로 대하면 절대 안 됩니다.
이 사람은 직업이 어떠하므로 어떨 것이다.
어제까지는 어떠했으니 오늘은 어떠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또 환자에게 속으면 안 됩니다.
현대인은 교활할 뿐 아니라 자기변명도 완벽하리만치 능숙합니다.
상대방이 어떠한 생각으로 행동하느냐를
재빨리 간파하는 선입견 없는 마음이 필요하고,
교활한 속임수에 속지 않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귀가를 해보니, 마누라와 왠 남자가 한 이불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내가 이런 꼴을 봐야 하다니 기가 막힌 남편이 미처 화를 낼 엄두조차 못하고 있는데,
부인의 정부가 하는 말이
“글쎄요 오늘 당신이 평소보다 좀 일찍 귀가한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이렇게 표현하진 않겠지만 누구라도 이 정도는 교활합니다.
또 언제, 무슨 일에 대해서라도 사람들에겐 핑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환자가 찾아와서,
“제 병이 왜 생기게 되었을까요?” 하고 물었을 때,
“당신의 마음이 어떠어떠하므로 그것이 병이 된 것입니다”라고 이야기 하면
그 환자는 아주 기분 나빠 합니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고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면
고마워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사람이라도
“마음속의 분노나 욕망을 경계하십시오. 그것이 병이 된 것입니다”하고 이야기 하면
“야~임마! 병이나 고처! 날 간섭하는 거야? 니가 뭔데 임마!”라며 대뜸 화를 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의사는 환자를 여유롭게 대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시어머니가 둘째 아들 집을 찾아갔습니다.
둘째 아들 내외가 저희들끼리 살 때의 자유분방했던 생활에 제동이 걸리자
그들 나름의 생활 리듬이 깨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 아들 내외는 어머니를 형님 댁으로 쫓아낼 궁리를 거듭한 결과
위장 부부싸움을 하기로 합의를 보았어요.
다음날 아침, 아내가 남편 외출복에 국을 쏟는 것으로 부터 시작해서
한참 동안을 온갖 욕설로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싸움을 진행하는 틈틈이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았는데
도무지 불편해 한다거나 무안해 하는 기색이 없어요.
그러니 그 싸움에 흥이 나겠어요.
그럭저럭 싸움이 끝나게 되었는데, 시어머니가 명언을 한 마디 했습니다.
“얘들아! 내일 쯤 첫째네 집에 가려 했더니,
너희들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 여기에 한 두어 달 더 있기로 했다”
이런 여유가 없이는 어렵습니다.
환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不動心이 있어야 합니다.
환자들은 항상 불안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질문이 끝이 없습니다.
한참 동안을 설명해 주어도 환자들의 불안을 쉬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선생님!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 열흘 전부터 손톱 밑이 가려운데 이건 무슨 증상일까요?
제 병하고 어떤 연관이 있읍니까?”
그러면 그걸 또 얘기해 줍니다.
相火之氣가 어떻고 寒熱이 어떻고 그건 先天性瓜下瘙痒症이라는 둥
만족할 만한 설명을 해줍니다.
그러면 다시 나가다가 돌아서서,
“잠깐만! 선생님. 요즘 아침에 세수를 하다 보면
머리카락이 꼭 대여섯 개씩 빠지는데 이건 무슨 증상입니까?”
다시 또 그건 선천성 神經性脫毛症 어쩌구 이야기를 해 줍니다.
도무지 질문이 끝이 없습니다.
하루아침에 머리카락 대여섯 개 빠지는 것이 무슨 선천성 신경탈모증입니까?
누구나 다 겪는 극히 정상적인 거지요.
이 환자에게 “그건 털갈이 하느라고 그런거요” 라고 하면 도리어 실망을 합니다.
그렇다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처구니없는 일이지요.
한편,
안 믿는 환자를 자기 페이스 안으로 끌어 들이려고 설득을 할 때는 더 힘이 들지요.
여러 수의 환자를 대하는 最善의 방법들을 여러분들이 각자 연구를 해보도록 하세요.
거듭 말씀들이지만,
환자를 마주 했을 때는 항상 여유와 선입견 없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분들이 언제나 정신적으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깨어 있기 위해서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대부분이 느슨하고 반쯤 열린 마음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道가 무엇인지,
깨어 있음이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약간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여러분들의 바른 이해를 도와 드리기 위해 예를 듭니다.
한 아가씨가 자동차 운전 연수를 나섰습니다.
시내를 신나게 달리는데 옆에 앉은 지도교사가 시비를 걸어옵니다.
“아가씨 조금 전에 뭐라고 했소?”
“제가 무슨 말을 해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이 아가씨가 사람 놀리나! 조금 전에 날더러 여보 라고 하지 않았소?”
“뭐에요? 내가 아저씨를 여보 라고 불러요?”
하면서 화를 벌컥 내는 틈에 자동차가 비틀거리다 길 옆 가로수를 받아버렸습니다.
그러자 지도교사가 말하기를,
“이것 보시오. 내가 당신을 여보 라고 하건, 약을 올리건,
당신 뺨에 키스를 하건 당신은 냉정히 깨어 있어야 될 것 아니오?”
이런 것이 충격적인 방법입니다.
이 아가씨 다시는 운전 중에 주위를 산만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깨어 있지 못하고 한 눈을 팔면 죽는 겁니다.
여러분이 맑고, 발랄하게 깨어 있으면
여러분은 醫人으로서 엄청난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곧 ‘道의 힘’입니다.
앞에서 제가 병을 상대적으로 치료하라고 했는데,
이 상대력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 또한 깨어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乾薑・肉桂・오수유(吳茱萸)・소회향(小茴香) 정도의
약을 써야 될 몸이 조금 냉한 사람에게 附子를 써서 몸을 너무 데웠기 때문에
눈이 어지러워졌다면 안 되겠지요.
모든 치료는 물론이거니와 유심적 차원에 있어서도
强刺戟・弱刺戟의 强弱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치료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內經”에
“병이라는 것은 편재되어 있는 것이므로
편재되어 있는 것은 정상으로 되돌아오게만 하면
생명작용도 원래대로 바르게 행하여진다.
이것이 치법의 대원칙이다”라고 씌어 있는데,
藥이나 針, 呪文, 대화 등 어떠한 것으로든지
기울어진 기운을 정상적으로 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건강의 정의란 신체의 균형이 조화를 이룸을 일컫는 것이지요.
균형이 깨져서 병이 되었으니
‘그 균형을 맞취 주면 곧 건강을 회복함’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허준 선생 이야기 몇 마디.
제1화
선생께서 어느 작은 마을을 들어서자 곧 날이 저물어,
그럴듯하게 보이는 집 대문을 두드려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미풍양속에,
사랑방에 묵어가는 식객 수효에 따라 그 집안의 德과 힘이 가늠되는지라,
영접을 하는데 그리 탐탁한 눈치는 아니었다.
저녁밥을 얻어먹고 막 담배를 한 대 붙여 무는데
갑자기 여인들의 哭聲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울음소리는 밤이 세도록 그치질 않는 것이었다.
하인에게 연유를 물었으나 대답을 하려 하지 않았는데
더욱 기이한 것은 여인들의 곡성뿐인 점이었다.
날이 밝아, 선생이 행장을 차리고 그 집을 나서는데
울어서 눈이 부은 안 주인이 배웅을 하면서
“집에 우환이 있어 손님대접을 제대로 못해 죄송합니다”하고 예를 표함에,
그 연유를 물었으나 선뜻 대답을 하려 하지 않았다.
거듭 연유를 묻자 마지못해 입을 여는 안주인의 이야기인 즉,
이 집 3대독자가 아무 이유도 없이 숨이 막혀 죽었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죽어 누워 있는 방을 가보니,
3대독자 집안인지라 온통 여인들만이 아이 곁에 둘러앉아 울고 있는 것이었다.
선생이 그 아이를 보고 나더니 하인을 시켜
이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장기 알(남자들의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을 가져오도록 지시하였다.
해묵은 장기 알을 가져오자 서둘러 삶도록 분부를 했다.
이렇게 하여 장기 알 삶은 물을 몇 모금 떠 넣자
‘왕’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살아나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지요.
후한 대접을 받고 다시 길을 떠나는 데,
허준 선생의 제자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되질 않아
마침내 선생에게 질문을 합니다.
선생이 말씀하시길
“그 집안은 과부뿐인데다 고모들만 즐비하니 온통 여자 투성이인 집안이지
그러니 하나 뿐인 아들을 귀여워할 수밖에,
좋다고 만지고, 얼르고, 주무르니, 그 놈은 지쳐서 죽을 지경이겠지.
무엇이 그 애를 지쳐서 죽게 했느냐 하면 그것은 여자의 陰氣 즉 陰毒이었던 게야!”
왜 해묵은 장기 알을 썼느냐?
장기나 바둑은 한 마디로 싸움이고 전쟁입니다.
거기에 手陽明大腸經과 手厥陰心包經의 손으로 짚고서
‘장군아! 멍군아!’를 몇 십 년을 되풀이 했으니
그 속에 번득이는 살기가 박히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이 陽毒으로 陰毒을 치료한 것입니다.
이건 기가 막힌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화를 통해서 음양관을 익혀 나가야 합니다.
제2화
허준 선생이 안성 근처의 어느 마을로 들어서니 마을 전체가 비탄에 빠져 있었다.
첫 날 밤에 신랑 신부가 자다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선생이 가서 보니, 첫 날 밤에 미쳐 옷도 벗기 전에 죽었다는데,
방문을 열어보니 나란히 누운 채 죽어 있었다.
선생은 마을 사람들에게
“인근에 절이 있읍니까?”하더니,
절간 변소의 깊은 곳에 있는(절간 변소는 무척 깊지요) 똥을 한 통 퍼 오라고 시켰다.
사람들은 무슨 미친 짓이냐고 난리를 쳤지만
혹시나 하는 바램으로 똥을 한 통 퍼 왔다.
선생은 그 똥을 휘휘 젓더니, 방에 들여 놓고 방문을 꼭꼭 닫게 했다.
그리고 서너 시간이 지나자,
신랑, 신부가 살아서 방문을 열고나오며 가로되
“누가 짖궂게 신방에다 똥통을 갖다 두었읍니까?”하는 거였다.
마을 사람들이 고맙다고 수없이 절을 올렸다.
선생과 제자가 마을을 떠나서 10 리를 넘어 걷도록
제자는 선생의 처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매한 저에게 한 수만 더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절을 했다.
이에 허준 선생 말씀하시길
“너는 지금까지 약 이름 외우기에 급급했지, 陰陽觀을 세우질 못했구나.
내가 그 방에 가 보니 사향(麝香)냄새가 진동하더구나”
사향이 옛날에는 오늘날의 향수 역할도 했지요.
가까이서 맡으면 지린내가 나지만 조금 떨어져서 맡으면 그 향내가 참 좋지요.
사향낭(囊)을 신방에 걸어둠으로써
사향의 흥분작용을 신방 분위기 高調에 이용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지요.
사향냄새가 너무 지나쳐서 신랑 신부의 氣道를 막아 버렸던 것이었어요.
여러분 향은 무엇으로 다스리고 치료해야 합니까?
바로 臭이지요.
이러한 음양관의 여러 가지 경우를 일일이 다 인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때그때의 상황을 판단해서 임의 용지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선입견 없는 간파력이 요구됩니다.
순간적으로, “원인은 저 사향 냄새에 있다”고 간파한 허준 선생의 지혜는 무섭습니다.
여러분! 陰陽觀이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우화를 자주 일러드립니다.
우화를 자꾸 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찰력이 예민해지게 되거든요.
陰陽觀, 상대성 치료의 어려움은
매 상황을 판단하는 ‘깨어있음’으로서만이 극복할 수 있습니다.
“內經”을 보면
“營血과 衛氣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생명작용이 또한 원래대로 바르게 행해진다”
고 나와 있는데,
營이란 경영한다는 뜻이고 衛란 防禦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營血은 任脈에 해당하고 衛氣는 督脈에 해당하고,
血이 좌측에 해당한다면 氣는 우측에 해당합니다.
무엇을 부수거나 防禦를 할 때 대개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러분 손과 발의 작용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에이! 기분 나빠”하면서 손으로 돌을 집어 던지는 일은 거의 없지요.
발로 걷어 차냅니다.
손은 陽的이므로 陰的作用을 합니다.
그래서 손을 대체로 끌어들이고 발은 걷어 차냅니다.
이렇듯 體와 用은 반대가 됩니다.
가령,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 축구가 유행한다거나 농구가 유행하는 것을 보고
그 시대, 그 나라의 인심을 알 수도 있습니다.
“內經”에
“標와 本을 잘 알아서 治法을 고려하면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政治와 反治를 충분히 분별하고 있으면 治法을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씌여 있습니다.
그러면 正治와 反治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봅시다.
熱에는 寒, 寒에는 熱을 쓰는 治法을 바른 治法 즉 正治
(모든 치료법의 90% 이상이 해당함)라 하고,
熱에는 熱, 寒에는 寒, 以熱治熱, 以寒治寒의 治法이 바로 反治입니다.
그러므로 正治와 反治를 충분히 구별하고 있으면 치법을 잘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標와 本이란 무척 어려운 것입니다.
標와 本은 근본과 말단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근본과 말단은 둘이 아니지요.
平衡의 원칙에 따라 陰陽이 상호 보완되는 조절작용을 합니다.
五運六氣를 보면,
前期에 太陰이 司天하면 후반부에 가서 太陽이 在泉한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 標와 本이 됩니다.
古典의 大要에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돌팔이 의사들이 득의양양하여 寒藥을 투여하여 더욱 寒病을 양양시키는 수가 많다.
왜냐하면 같은 氣에 의해 두 가지 다른 病症이 나타날 수 있음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寒病이 寒症을 나타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假熱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標와 本의 이치를 알지 못하면
오진하여 醫道를 혼란시키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통해 六經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本紀부터 먼저 강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본기를 공부한 후에 風・寒・署・濕・燥・火를 공부해야 합니다.
인간이 가장 傷하기 쉬운 것이 감기 종류에서 오는 傷寒이기 때문에
傷寒論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黃帝內經 五運六氣編”을 이해한 후라야 가능할 것입니다.
傷風論・傷暑論・傷濕論・傷燥論・傷火論의 이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火氣가 많은 세상에서는
傷暑論보다는 少陽相火之氣論을 쓰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요즈음은 비교 경쟁 시기 질투 등 소위 무형의 욕망이 많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外感 중에서는 傷寒이 주로 많았기 때문에
傷寒論이란 것이 나온 것뿐이지요.
그러나 미래에 張仲景과 같은 위대한 사람이 태어난다면
傷風論, 傷暑論 같은 것 등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傷寒論에서는,
傷寒 제1일에 太陽經에 寒邪가 침입하면 脈이 浮하면서 數하고,
惡寒・發熱・頭痛에 목이 뻣뻣합니다.
이런 증상에 땀이 나는 경우는 桂枝湯,
이 증상에 땀이 없으면 麻黃湯을 쓴다고 합니다.
즉, 發表를 시키거나 解熱을 시키는 방법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러나 “內經”을 공부하지 않고 傷寒論的인 차원에서만 생각한다면
착각을 일으키는 수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太陽經이 發熱하는 거라고 잘못 생각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足太陽膀胱經과 手太陽小腸經을 補해 주면 熱이 나겠네요!’
하고 착각을 할 수 있겠지요.
이 경우는 太陽經이 寒과 부딪쳐서 아주 더 냉해지거나
혹은 발열이 나는 상황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다시 설명하면, 처음에는 냉해졌기 때문에 오한이 오다가
그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寒氣와 寒氣가 부딪쳐서 묘한 熱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은 다만 太陽經이 寒과 부딪쳤을 때의 예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그저 傷寒論的인 차원에서 발열이 되는 거라고 외운 사람은
“黃帝內經”을 무시한 사람입니다.
이 책의 첫 머리에서 이야기한 內革, 一心,
歸源이라는 것은 경전을 먼저 이해하자는 것으로
“內經”에 씌여 있는 말은 진실하므로 원전을 믿고 따르세요.
그 속에는 五運六氣의 성품은 물론 六經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이 도표는 여러분 각자가 채워야 합니다.
도표를 연관시켜 보는 방법을 몇 가지 예로써 말씀드리겠습니다.
太陰經絡이 寒과 만난다고 할 때는
濕이 찬 기운과 만나는 것이니 얼음(氷)이 되겠지요.
傷寒論에서 太陰經絡을 만난다면 冷해지지만
傳經이 되고 또 傳經이 되는 단계를 거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傷寒論에서 傳經되는 순서는 태양→양명→소양→태음→소음→궐음이 됩니다.
이것을 이해하고 나면 여러분들이 傷風論, 傷暑論 등을 쓸 수가 있습니다.
맨 마지막의 經絡인 厥陰쯤 들어가면 囊縮舌卷 즉 불알이 오그라들고 혀가 말립니다.
그러면 吳茱萸, 附子류의 것을 많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傳經이 되는 상황을 그냥 외우지 마시고,
標와 本이 되는 경우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시킬 뿐 어떤 원리의 암기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막무가내로 외우려 들지 말고 깊이 생각을 해보라는 겁니다.
생각을 곰곰이 해보면 표와 본이 만난 상황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에는 陽明과 署(傷暑論)가 만났다고 합시다.
金(陽明燥金)과 불이 만나면 어떨까요?
金이 녹아서 뜨거운 용암과 같은 물(水)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陽明經에 熱이 들어가면 구슬 같은 땀이 나고
얼굴이 건조해지고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탑니다.
건조한데도 자꾸 땀이 나지요.
그것은 곧 金이 녹아서 그런 것입니다. 잘못하면 죽게 됩니다.
사람이 죽을 때 보면 구슬 같은 땀이 흐르고 기름 같은 소변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太陰濕과 얼음(寒)이 만났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경우의 唯物的인 取象을 쓰고,
몸 안에 얼음과 같이 찬 기운이 들어 왔을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겠는가를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경우는 濕이 寒과 만났으므로 몸이 冷해지고 설사가 난다거나
불알이 오그라든다거나 하는 증상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앞의 도표를 한번 채워 보세요.
그렇게 하는 것이 舍岩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그 환자의 실제증상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治療大法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고 唯心的으로도 하고, 맛으로도 하고,
症狀으로도 하고, 六經의 연관으로도 했는데,
이 모두가 예외 없이, 상대성을 지니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상대적인 치료를 正治,
대응적인 치료를 反治라고 함도 반드시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일단은 正治가 99%라고 생각하시면 틀림이 없습니다.
熱이 있는 환자가 왔는데 反治로 다스리겠다고
처음부터 以熱治熱로 附子를 써 볼까 생각하는
멍청한 사람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렇게 하면 무슨 기발한 법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꿈을 꾸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내려온 처방 즉
四物湯, 雙和湯, 十全大補湯, 歸脾湯, 六味地黃湯, 藿香正氣散…
이런 식으로 처방이 착착 나가야지
기발한 수를 부린다고 엉뚱한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바둑에도, 下手가 오래 생각하면 惡手요, 高手가 오래 생각하면 妙手라고 합니다.
下手가 아무리 궁리를 했다 하여도 정석대로 약을 쓴 것만 못합니다.
어떤 후배는 무슨 어느 구석에서 이름외우기 고약한 夢授天王補心丹
(천왕이 꿈속에서 손에 쥐어 주었다는 처방)인가 하는 처방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몽수천왕보심단에 뭐가 들었더냐”하고 물었더니,
“아직 그것도 모르세요?
當歸・川芎・白芍藥…어쩌구 저쩌구…”
“이 사람아! 그건 歸脾湯에 四物湯 合方한 것 아닌가” 했더니,
“원! 선배님도 남들이 모두 쓰는 처방을 어찌 씁니까?” 그러더군요.
이렇게 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더럽고 치사한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변명과 자기 Ego로 제 딴은 남을 속인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자기기만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편한 처방을 쓰십시오.
쉬운 것부터 외워나가면서 활용해야 합니다.
얼큰히 술이 오른 취객 두 사람이 표 한 장으로 극장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은 어린 아들 행세를 하기로 합의를 보았어요.
그러나 검표원이 입장을 시켜줄 리가 없지요.
“이 애는 이제 여섯 살 된 제 아들이외다” 라고 거짓말을 꾸며댑니다.
“아니 여섯 살 된 꼬마 덩치가 이렇게 크고 수염이 이렇게 길단 말이요?”하니까
“야 임마! 수염 좀 깎고 다니지 못하겠니?” 이러더래요.
자기가 술수를 쓰면 남들도 다 그렇게 속을 줄 알고…
이렇게 교활한 사람들이 韓方에도 많습니다.
개미지렁이 갈비탕, 곰발바닥탕 온갖 처방을 찾습니다.
歸脾湯에 四物湯을 합하고 가미만 한다 해도
무궁무진한 변화가 오는데 기이한 술법을 쓰려하는 교활함은 버려야 합니다.
옛 성인들의 처방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한번 볼까요.
四物湯을 보면,
봄에는 當歸, 여름에는 川芎, 가을에는 白芍藥, 겨울에는 熟地黃을 넣어,
한 처방에 春夏秋冬 四季節氣運을 다 넣어 놓았습니다.
또 六味地黃湯을 보면
熟地黃, 山藥, 山茱萸, 白茯苓, 牧丹皮, 澤瀉가 들어 있는데
熟地黃, 山藥, 山茱萸는 補하는 藥이고, 나머지는 瀉하는 藥이지요.
이 평범한 처방 속에 道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교활한 머리는 버리세요.
사암침법에서는 正格이 75%, 勝格이 25% 정도 사용됩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五行이란 形의 盛衰이고 六氣는 氣의 多少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침을 補瀉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령 방이 더워서 밖의 찬 공기를 방안에 넣자고 한다면 이것은 補이고,
방안의 더운 공기를 창 밖으로 내보낸다면 瀉가 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足太陰脾는 五行上으로 濕, 六氣上으로도 濕입니다.
이것은 어느 經絡에 놓으면 좋습니까?
陽明經, 그 중에서도 手陽明經(건조한 경락)이 놓을 수 있는 짝이 되지요.
그런데 여름철에 홍수가 나서 둑이 무너져 물이 넘친다면
젖은 길이나 마당에 모래나 자갈, 석회석 따위를 뿌리는
陽明의 治法도 사용해야 되겠지만
근본적 대책으로는 둑을 막아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넘쳐흐를 때 둑을 막아주는 것이 곧 勝格과 같습니다.
사람이 너무 뚱뚱하고 濕이 많을 때
手陽明大腸經을 補해 주거나 足太陰脾經을 瀉하는 것은 결국 正治法에 해답합니다.
反治法과는 혹시라도 착각하지 마세요.
이렇게 正治法을 쓸 때는 藥이나 針을 불문하고 補를 위주로 하세요.
補로써 잘 듣지 않으면 瀉法을 쓰세요.
“方藥合編”을 보면
“上統・中統・下統이 있는데 上統은 補, 中統은 和, 下統은 瀉하는 약이라고 했지요”
여러분이 개업을 한 후,
道眼이 열려 나름대로의 관을 얻을 때까지는 평범한 약을 쓰도록 하십시오.
上統을 75%, 中統을 20% 정도 쓰고, 下統은 5% 정도만 쓰도록 하세요.
사실 저도 솔직히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조금 안다고 떠드는 이 자신도 때로는 얼마나 치사하고 창피한지 모릅니다.
또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어렵고 모르는 게 많아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확실한 것 아니면 안 쓰고 안전한 것 아니면 쓰지 않습니다.
요즘 병원을 찾는 비율을 보면, 약국 75%, 병원 20%, 한의원 5%라고 합니다.
그나마 이 5%를 나눠 먹느라 서로 싸우고 난리를 칩니다.
여러분 열심히 공부를 하세요.
실력이 있어야 자신 있게 韓醫學의 우수성을 펼쳐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실력이 있어도 시장성이 없으면 인술을 베풀지 못하고 맙니다.
그러니까 농촌 의료봉사를 가서 좋은 일도 하고 홍보도 하세요.
위에서부터 잡아 흔들려 하지 말고 아래에서부터 신임을 얻어 나가면 됩니다.
民草로부터 올라오는 여론은 무서운 것입니다. 거듭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앞으로 補하는 藥을 많이 사용하십시오.
이것은 간절한 부탁이오니 부디 銘心하시기 바랍니다.
가령, 陽이 實하고 陰이 虛하다고 하면,
實한 陽을 깎아 내리려 하지 말고 虛한 陰을 補해 주세요.
熱이 펄펄 끓는 사람이 왔다고 할 때
大黃이나 滑石으로 확 깎아 내리려 하지 말고 水氣를 보충해 주도록 해야 합니다.
六味地黃湯에 熟地黃을 많이 넣고 水氣를 補充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요.
淸離滋坎湯을 보면 이 湯은 八卦에서 일컫는
三離火, 六坎水의 원리로써 火를 내려주고 水를 보충시켜주는 약입니다.
즉 폐결핵에 쓰는 약이지요.
그러나 뚱뚱한 폐결핵 환자가 왔을 때에도 이 약을 쓴다면 큰일이 나고 맙니다.
왜냐하면 이 湯은 水氣를 보충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湯은 “方藥合編“에 보면
“治陰虛火動 潮熱盜汗痰喘“이라 씌어 있는데
陰虛火動(洋方病名으로는 폐결핵)에 씁니다.
陰虛, 津液이 부족하다, 血이 부족하다,
피부가 건조하고 눈이 퀭하니 핏발이 서고 기침, 해소, 가래가 있다.
가래도 무르지 않고 頑痰인데 아주 頑固한 痰이지요.
半夏나 南星은 물컹물컹한 水痰을 치료합니다.
水痰은 陽明燥나 厥陰風으로 치료를 하는데,
바로 강냉이 튀밥처럼 생기고 건조한 半夏(陽明燥의 속성)를 씁니다.
단순히 治痰엔 半夏라고 외운 사람은,
陰虛火動으로, 말할 때마다 캑캑거리는 환자에게도 半夏를 씁니다. 낫질 않아요.
캑캑거려도 목구멍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완담은
삼켜도 삼켜지지 않고 뱉아도 뱉아지지 않습니다.
이 완담은 七情이 울결되어서 나오는 痰이거든요.
이럴 때 疏通之劑인 香附子를 쓰기도 하지만
끈끈한 가래 즉 燥痰에는 瓜蔞仁을 써야 치료가 됩니다.
淸離滋坎湯에는 瓜蔞仁이 들어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면 과루인의 생김새를 볼까요.
과루인은 축축하고 매끄럽고 기름끼가 많지요.
이 瓜蔞仁(括蔞仁)을 빻아서 담은 종이는 마치 콩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됩니다.
이제는 과루인과 반하를 놓고도 陰陽이 탁 튀어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저 외우지 않고 상황을 판단하고자 하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方藥合編”의 淸離滋坎湯에
“痰盛에는 貝母, 과루인(瓜蔞仁)이라”고 씌어 있는데,
半夏보다 조금 덜하긴 하나 貝母도 역시 袪痰劑입니다.
“聖人은 無爲無固 無心無事”라고 했습니다.
성인은 고집이 없으므로 無心, 無事라 하지요.
여러분들이 환자를 볼 때도 無心…無事로 해야 합니다.
성인의 치료방법에는 고집이 없기 때문에 고지식함이 없지요.
폐결핵이라는 洋方病名을 꺼리는 이유는,
환자가 와서 “사진을 찍어보니 폐결핵이라 합니다”고 하면
그 병명 그 말 때문에 이내 淸離滋坎湯을 쓰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자칫 큰일 날일이지요.
淸離滋坎湯의 內容物을 살펴 볼까요?
熟地黃・生乾地黃・天門冬・麥門冬・當歸・白芍藥・山茱萸・山藥・白茯苓・
白朮・牧丹皮・澤瀉・黃栢・知母・甘草가 들어가는데,
熟地黃・生地黃・乾地黃・天門冬・麥門冬은 먹어보면 공히 수분이 많고 쫀득쫀득 하지요.
그런데 이걸 뚱뚱한 사람에게 먹여서 되겠습니까?
게다가 當歸는 補血之劑, 白芍藥은 收歛之劑, 山茱萸・山藥도 收歛之劑니까 위험하고,
그저 아주 조금씩(各5分) 들어가는 澤瀉・白茯苓・白朮・牧丹皮만이 瀉하는 약이므로
이 탕을 뚱뚱한 사람에게 먹인다면 큰일이 나겠지요.
그저 외워대는 고지식한 사람이 되지 마세요.
폐결핵이라는 병명도 외우지 마세요.
그러나 陰虛火動은 괜찮습니다.
陰虛火動이란 말속에는 어떤 약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성품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 뿐아니라 韓方에서 사용되는 일체의 탕명에는
어느 정도의 진단과 치료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淸離滋坎湯에는 知母, 黃栢이 각 2g씩 들어가는데 이건 참 기가 막힌 겁니다.
知母, 黃栢은 無根之火, 즉 뿌리 없는 불을 치료하는 약이지요.
다시 말해서 色火, 强力入房후, 傷腎에 用하는 약입니다.
그런데 이 房事가 일으키는 부작용은 참으로 큽니다.
나중에 각론 足少陰腎經에서 상세히 말씀 드리겠지만
이것은 남녀 공히 중요한 일입니다.
房事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여 이것이 일으키는 욕망과 갈등, 분노,
소유의식 등을 깨달으면 여러분들은 房事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房事行爲, 그 자체는 문제시 하지 않더라도
심한 房事 후에 일어나는 腰痛, 全身關節痛, 性病,
頭痛, 眼疾, 麻痺, 食慾減退 등이 문제입니다.
하늘이 노랗고 땅이 흔들리고, 식욕은 없는데
오직 그 생각만이 끊임없이 용솟음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일컬어 虛陽이 발동한다고 합니다.
촛불이 탈 때 잘 살펴보면,
점점 타들어 가다가 마지막에 불이 꺼지기 바로 직전에
일순간 확하고 불꽃이 되살아났다가 완전히 주저앉아 꺼져버리지요.
이건 참으로 눈 여겨 볼 일입니다.
70이 넘은 노인네가
“작년까지는 이러지 않았는데 금년 들어서는 왜 그런지
손녀 같은 젊은 처녀애들만 보아도 A텐트를 치니, 이것 참 이상하지 않소”
하고 문의해 오는 수가 있습니다.
갑자기 여자를 밝히고, 나바론의 건포도처럼
쪼그라든 할머니의 젖꼭지를 자꾸 만지고 힘을 쓰려고 하는 노인이 있다면,
이건 죽기 일보직전입니다.
虛陽이 발동해서 그런 것이지요.
虛陽이란 진실한 陽氣가 아닙니다.
마치 촛불이 꺼지기 일보 전에 마지막으로 잠시 타오르는 것과 같지요.
죽음의 신호인 줄도 모르고 陽氣가 되살아 난 줄로 여겨서 첩이라도 들이면
그의 재산은 전부 첩에게 가는 거지요.
이 虛陽이 대개 1년 정도 간다고 합니다.
바로 이 시기에 知母, 黃栢을 씁니다.
이렇게 하면 절대로 虛陽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모든 치료는 상대적으로 한다고 했는데 침 치료 방법은 어떠할까요?
여기에는 서너 가지 치료법이 있습니다.
첫째, 相合治療 둘째, 交相合 치료 셋째, 合倂 넷째, 復合치료입니다.
相合치료는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厥陰은 少陽으로 少陽은 厥陰으로 치료하는 방법인데
이제 이것은 더 이상 예를 들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交相合이란 같은 厥陰이라도 手厥陰과 足厥陰이 있고,
少陰經도 手少陰과 足少陰이 있지요.
그러므로 이제는 手厥陰하면 心包, 足厥陰하면 肝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肝‘하면 足厥陰肝經이 바로 떠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肝은 몇 개의 葉으로 되어 있고, 뭐가 어떻게 되어 있고…
이런 것은 해부학 책을 들추어 보도록 하세요.
앞에서 五運, 六氣, 卦象 공부할 때의 그림을 보면,
足厥陰肝은 重風巽이고 手少陽三焦는 重雷震이므로 서로 상대가 되지요.
고로 足厥陰肝經을 치료할 때는 手少陽三焦經으로 치료하고,
足少陽膽經을 치료할 때는 手厥陰心包經으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미묘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건 正治法이지요.
이렇게 五運과 六氣的으로 관찰을 해봐도,
熱에는 寒, 寒에는 熱을 쓰는 正治法이 主가 됨을 알 수 있지요.
서로 교차가 되므로 이것을 교차법이라고도 합니다.
手經絡은 足經絡으로 足經絡은 手經絡을 활용함은
곧 인체가 유기체임을 입증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無欠無餘
良由取捨
所以不如
圓同太虛
허공처럼 원륭하여
남고 모자람 없건마는
도리어 취사심 때문에
여여하지 못 하도다
勝과 復에 의하여 생긴 병을 치료하는 원칙은
寒으로 생긴 병은 뜨겁게 하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熱로써 생긴 병은 차갑게 하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溫으로 생긴 병은 서늘하게 하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凉으로 생긴 병은 따뜻하게 하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흐트러져서 생긴 병은 거두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억압되어서 생긴 병은 흐트러 주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건조하여 생긴 병은 적셔 주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급하여 생긴 병은 늦추어 주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딱딱해져서 생긴 병은 부드럽게 해주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물러서 생긴 병은 굳어지게 해주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쇠약하여 생긴 병은 補하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쓰고
지나치게 강하여 생긴 병은 덜어주는 작용이 있는 약물을 씁니다.
어떤 경우에도 생명의 근원인 정기를 편안하고 태연하게 해주면
營血과 衛氣는 반드시 濁한 것을 맑게, 난폭한 것을 조용하게 합니다.
위에서, 勝한다 함은 克한다로 이해하고
復한다 함은 보복한다로 이해하면 됩니다.
復이라는 현상을 말씀드리지요.
예를 들면 五行上으로 金은 火에 의해 억제를 받지요.
1985년이 乙丑年인데 乙은 五行上 무엇입니까?
金이지요. 乙庚合 金입니다.
그런데 이 金이 실질적으로 虛한 金입니다.
부족함이 있는 金이지요. 金이 부족하니 어떤 놈이 설칩니까?
金이 제자리를 잡고 있으면 木을 잘 다스려서 억제해 줄 것이고
火가 함부로 金을 넘보지 못하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보복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보복을 이해하지 못하면 五運六氣는 끝장입니다.
金이 木를 억제하여 가만히 눌러 주고 있어야 하는데
金자체가 虛하니까 균형이 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木이 金을 우습게 아는 겁니다.
이럴 때 木이 金을 輕侮한다고 하지요. 가벼이 여기고 모멸합니다.
그리고 火도 金을 부수고 들어옵니다.
가정적으로 비유해 보면,
내가 힘이 없고 약하면 아버지, 형님(火)의 잔소리에 눌리고
여동생(木)의 간섭까지 받게 됩니다.
이때 내가 희망을 거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식(水)이지요. 어서 커다오. 커서 이 애비의 설움을 풀어다오. 꼭 갚아다오.
아버지가 핍박을 많이 당하면 당할수록 子息敎育을 철저하게 시킵니다.
여러분들은 이 보복이란 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을 臟腑로 이야기해 봅시다.
金을 肺라고 하고, 폐가 간(木)을 억제하지 못해서 간이 폐를 우습게 알아,
허한 폐가 자꾸 근심에 빠지고 우울해 하자 肝氣가 발동을 합니다.
(마치 쥐가 술 먹고, 야! 고양이 너희들 다 나와! 하는 式)
또 심장이 거들먹거리고 잘난 척을 합니다.
즉 火氣가 盛해져서 肺氣를 죽이는 거지요.
이때 자식인 腎臟이 심장을 죽이는 五運六氣의 자동조절 기능이 이루어집니다.
우주는 묘한 것입니다.
현재 내가 고통과 어려움 속에 있다 해도 세월을 기다리세요.
逆轉될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 자식의 역할, 이것을 복이라고 하는 겁니다.
勝은 알기가 쉬운데 復(보복)은 좀 어렵지요.
자! 이렇게 五運六氣의 상식을 알고 넘어 갑시다.
치료 원칙에서, 寒으로 생긴 병은 熱로, 熱로 생긴 병은 寒으로,
溫은 凉으로, 凉은… 건조한 것은 적셔주고 급한 것은 늦추어 주고…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
완급은 厥陰과 少陽, 燥濕은 陽明과 太陰, 溫凉은 少陰과 太陽의 관계지요.
딱딱해서 생긴 병은 부드럽게 하는 작용을 해주라고 했는데
맛 중에서 부드럽게 해주는 맛이 무엇입니까?
鹹味지요.
함미는 굳은 것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배추 숨을 죽일 때 소금을 쓴다거나
무우 생채를 부드럽고 쫄깃하게 하는 데 소금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軟堅作用).
“酸收辛散” 신맛은 수렴하고 매운 맛은 발산한다는 이런 이치를 궁구해야 합니다.
의미를 자꾸 터득해서 사람이 너무 까부라지고 풀어져서 발산지기가 많으면
거두어 주어야겠다 하고 새길 줄 모르고,
“근거를 대라! 근거가 없으면 믿을 수 없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심장에 기운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에게
‘급히 신맛으로 움츠려들게 하라’라는 대목을 두고,
“신맛은 비타민C가 부족할 때나 먹는 것이지 이 대목은 근거가 없어”
라고 말하던 의학교수가 있었어요.
신맛이 작용하는 여러 가지 성질도 모르면서
경전에 酸收辛散이라 쓰여 있는 중에
혹시 잘못된 부분이 없을까 하고 오점이나 찾으려는 사람들,
의미는 궁구하지 않으면서 “內經의 이 자는 아무래도 후세인의 오역같애…”
어쩌구 하는 사람들
“의학입문의 오류를 내가 발견했어”
“傷寒論에도 오자가 있는 것 같애”
“金아무개 논문에 이게 틀렸더구만…”
이렇게 틀린 것 발견하기 좋아하는 교수들, 지식 종사자들,
위대한 학설의 큰 의미를 인정치 못하고
아주 작은 1%의 잘못을 발견했다고 좋아라 떠들어대는 사람들.
설령 틀린 곳이 있다 한들 그것이 전체의 몇 %나 됩니까?
영국의 어떤 교수가 화장실에서 낙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것을 본 한 친구가
“아니? 자네 교수라는 사람이 어째 화장실에다 낙서를 다 하는가?”
그러자, 이 사람 짐짓 오리발을 내미는데…
“그게 아닐세. 난 지금 틀린 글자를 고쳐주고 있는 중일뿐이라네”
교수나 지식 종사자란 바로 이렇습니다.
틀린 것 꼬집어 내는 일이나 그럴듯한 자기변명은 곧잘 합니다.
쇠약한 것은 補하고, 實한 것은 瀉하고,
堅한 것은 부드럽게 하고, 너무 무른 것은 굳어지게 하는 이런 것들이
다 正治法의 예입니다.
그런데, 相合, 交相合 외에 변칙으로 치료하는 것이 있습니다.
즉 그때그때의 상황판단에 따라서 치료하는 것이 있지요.
가령, 뱃속에 딱딱한 덩어리가 생겼다고 합시다.
그러면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을까요? 陽明이 되겠지요.
腎臟結石 따위는 土에 가깝고 꼭 陽明燥金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뱃속에 있는 단단한 덩어리 따위는 陽明燥金에 가깝겠지요.
그런데 이것을 치료하는 방법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이것을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까요?
太陰을 사용한다면 공식화된 相合치료 방법에는 들어 맞습니다.
그러나 딱딱한 덩어리에 축축한 물(太陰濕)을 넣어준다고 이것이 없어질까요?
뚫어서 내리는 방법, 少陰君火(火克金)로 녹이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厥陰風, 太陽寒水는 좀 맞지 않겠지요.
제 생각으로는 뚫어서 내리는 방법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부수어 버린다’와 비슷한 개념이 되겠지요.
부순다고 함은 陽明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 딱딱한 것을 치료함에는 陽明이 필요하겠지요.
이렇게 볼 때 六經에 일정한 공식이나 정법은 없습니다.
상황판단에 따라 처치를 달리해야 하므로 無有定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실제 임상 예를 한번 들어 봅시다.
“方藥合編” 煖肝煎과 茴香安神湯을 한번 보도록 합시다.
이 두 처방이 疝症의 치료약입니다.
산증이란 하복통, 불알이 붓는 증세, 위로는 心腹痛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데
한마디로 下焦가 冷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小茴香, 吳茱萸, 附子 같은 더운약이 들어갑니다.
이 茴香安神湯을 洋方病名으로 생리통에도 응용할 수 있겠지요.
뚱뚱하고 냉한 사람들 경도불순에 쓸 수 있겠지요.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봅시다.
한방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사물을 단순하게 보아야 합니다.
下焦가 冷하여 딱딱해지면 무엇이 생기겠습니까? 돌이 생기지요.
腎臟結石, 膀胱結石, 尿道結石에 茴香安神湯이 特效藥입니다.
下焦를 데워주므로 낫는 겁니다.
이때 부자를 많이 넣고, 吳茱萸, 小茴香도 넣고
利尿劑를 좀 써야 돌이 녹아서 흘러나오지 않겠어요?
이것이 少陰君火를 사용한 경우입니다.
특히 利尿劑 중에서도 강력한 鑛物質을 쓰는 것으로 滑石과 海金砂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돌을 굴려 내리거나 부수어 내릴 때 사용하지요.
그런데 海金砂나 滑石은 몸이 찬 사람보다는 더운 사람에게 쓰지요.
八正散은 “治膀胱 積熱便癃閉“한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 海金砂를 加하고 實한 증상의 정도에 따라
滑石을 두 배, 세 배, 네 배…하면 돌이 굴러 나옵니다.
얼마 전, 어느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서울대학병원에서
“腎臟結石이니까 입원해서 수술을 해야 합니다”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 왔다고 했습니다.
그 환자를 보니,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말랐는데 평소에 배가 차다고 하더군요.
이 환자에게 足少陰腎經을 썼습니다.
속에 돌이 있거나 말거나 下焦가 冷해서 왔으니까 그
리고 평소에 찬 음식(맥주 따위)을 좋아하는 (배는 안 나왔지만)
冷한 지성인 스타일이었으므로 針은 足少陰腎經을 놓고,
藥은 六味地黃湯에 附子, 肉桂를 가미한 八味元을 지어 주었더니
통증이 나흘 만에 없어지고 말더군요. 기가 막힌 약효지요.
제가 그 환자에게 1개월 정도 회사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치료하라고 했더니,
“아프지 않은데 어때요”하면서 회사에 출근을 하더군요.
그래서 호되게 나무랐던 일이 있었습니다.
韓方의 치료란, 이런 경우와 같이 正治法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돌을 火로 녹일 수도 있고, 金으로 연마시킬 수 있는 등의 變治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 환자가 實한 증상이었다면 海金砂를 썼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하므로 여러분은 變治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六經의 變治가 어떻게 되는지 차차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예는 병에 대한 상황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虛實을 이야기할 때,
虛함은 正氣가 虛한 것이고 實함은 邪氣가 實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가령 陽明燥金이 虛하다고 하면, 건조하게 하는 기운이 모자라는 경우
즉 우리 몸의 짤순이 기능이 무력해진 것을 말하는 것이고,
실하다고 하면 너무 건조해서 바짝바짝 마르는 기운이 성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厥陰風이 實하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치료를 하면 좋겠습니까?
이 경우, 유심적인 면의 치료와 유물적인 면의 치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
厥陰風의 교만함과 거만함을 비난과 꾸지람으로 치료하라고 하는 것은
유심적 차원이므로 좀 어려우니, 우선 물질적 취상을 해보기로 합시다.
厥陰風이란 열풍이 아니라 냉풍에 가깝습니다.
“지구의 적도부근은 덥지 않습니까?”하고 질문을 할 지 모르지만
그건 지구의 少陰君火에 의한 것일 뿐 실제의 대기권 자체는 冷합니다.
열풍은 風에 少陰君火가 낀 것이므로 복합이나 合倂에 해당됩니다.
그럼 냉풍은 무엇으로 치료하면 좋을까요?
우리 실생활을 볼 때, 찬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지방은 담이 높고
두터운 벽을 가진 가옥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厥陰風을 陽明(높고 두터운 담)으로 막는 것입니다.
金(陽明) 克木(厥陰)은 차후문제입니다.
우선 ‘막아준다’는 생각이 돌아가야지요.
실제로 풍병에 陽明藥을 쓰는 것이 있을까요?
예! 무겁고 딱딱한 성질로 바람을 막아주는 烏藥이 그것입니다.
“治一切風疾先服此疎通氣道進以風藥又….”라 쓰여 있고,
麻黃, 陳皮, 오약(烏藥), 川芎, 백지(白芷), 白彊蠶,
지각(枳殼), 桔梗, 乾薑, 甘草가 들어가는데,
麻黃은 發汗之劑, 陳皮는 順氣之劑, 烏藥은 袪風之濟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袪風之劑로 가장 유명한 것이 뭡니까? 防風이지요.
이 방풍나무는 잎조차도 바람에 좀체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특이한 성질을 빌어다 약으로 쓰는 것이지요.
그리고 防風을 쫓아다니는 것으로 형개(荊芥)가 있습니다.
이렇게 荊芥, 防風, 烏藥, 백강잠(白彊蠶)을 袪風之濟로 쓰는 것입니다.
六氣를 알고 나면 韓方이 공식 풀리듯 쉬 풀리게 됩니다. 재미있지요.
白彊蠶은 누에의 피부가 딱딱해져 (硬皮病) 죽은 것입니다.
이것을 부러뜨려 보면 ‘똑똑’소리가 납니다.
이렇듯 白彊蠶과 烏藥은 그 성품이 딱딱합니다.
그러니까 ‘風을 陽明燥金으로 묶어보자.’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무거운 돌을 달아보자’하는 실로 단순한 논리입니다.
참 쉽지요.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외우도록 하세요.
烏藥은 거풍지제, 천궁은 두통약, 당귀 천궁은 補血劑로 쓰지요.
천궁, 백지 이 둘을 합해서 陽明頭痛에 씁니다.
두통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陽明頭痛, 둘째는 少陽頭痛, 셋째는 太陽頭痛입니다.
그리고 陰頭痛이라 해서 厥陰, 少陰, 太陰頭痛이 있는데 이런 것은 거의 드뭅니다.
만일 厥陰頭痛이라면 죽는 것입니다. 아예 나무코트 입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陽明頭痛은 주로 앞쪽으로 옵니다. 즉 前頭痛이지요.
이때 천궁과 백지를 쓰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針도 陽明經을 用하든지, 太陰經을 用하면 됩니다. 아시겠어요?
두통은 전부 열로 옵니다.
옛말에 “頭無冷痛, 腹無熱痛”이라 했습니다.
머리는 차서 아픈 경우가 없고 배는 뜨거워서 아픈 경우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厥陰頭痛에는 附子, 麻黃을 넣어 발표를 시켜야 되는데
이런 두통은 정말 드뭅니다.
여러분들 개업해서 환자를 볼 때 厥陰頭痛 환자 한번 볼 때까지만 사세요.
배는 뜨거워서 아픈 법이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陽明頭痛, 少陽頭痛, 太陽頭痛은
이 각각의 세 經絡에 熱이 들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少陰經絡은 熱이 많은데도 少陰頭痛이란 게 없습니다. 이상하지요?
왜냐하면 少陰熱이 太陽經으로 들어가서 주로 뒤통수 즉
後頭部가 아프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陽明頭痛은 전두통, 少陽頭痛은 편두통, 太陽頭痛은 후두통입니다.
少陽熱에 의한 편두통은 側頭部가 아픈 것인데
이때는 足少陽膽經을 瀉해 주면 좋습니다.
그런데 陽明熱에 의한 전두통은 陽明經을 사하거나 또는 補해 주어도 됩니다.
왜냐하면 手陽明大腸經은 陽明燥金이긴 하나 熱이 하나도 없습니다.
(五運과 六氣가 모두 陽明燥金이므로)
또 足陽明胃經은 五運이 土, 六氣가 金이므로 補를 해주어도
熱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고 내려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少陽熱은 少陽經을 瀉해야 되겠지요.
太陽熱에 의한 두통은 足太陽膀胱經을 補해야 됩니다.
足太陽膀胱經은 五運과 六氣가 모두 수이므로, 補하면 찬물을 넣어주는 것이 됩니다.
두통에 대해서는 앞으로 시간이 허락되면 상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桔梗과 枳殼을 합하면 무슨 탕이 됩니까? 길경지각탕이지요. (中統 134번)
“治痞氣 胸滿不利 煩悶欲死 不論寒熱通用 又治傷寒結胸“라고 씌어 있는데,
이것은 胃, 胸下, 心下가 답답하고 뭔가 체한 것 같고 (음식 먹고 체한 것은 아닌데…)
기분이 나쁘다거나 직장 상사나 아버지와 다투었거나 야단을 맞았을 때
이 길경, 지각이 쓰이지요.
그래서 烏藥順氣散에 길경, 지각이 들어가고 乾薑도 들어가는 겁니다.
특히 烏藥이 君藥이 되지요.
찬바람이 몰아칠 때 또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요?
구름을 걷어내고 따스한 햇볕을 내려 쬐게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바람은 불지만 따뜻한 바람이므로 봄바람을 맞듯 기분이 좋겠지요.
사실은 이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厥陰經에 轉經되면, 囊縮이 되고 전신이 냉해지니까
이런 증상은 少陽相火之氣로 몸을 데워주면 좋겠지요.
少陽相火之氣의 성질인 맛이 쓰면서도(苦) 몸을 데워주는 약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吳茱萸가 대표적이지요.
吳茱萸, 小茴香, 艾葉, 益母草같은 것은 주로 少陽相火의 성질을 가졌지요
(어떻게 보면 少陰君火 같기도 합니다).
入經을 보면
“手少陽, 手少陰으로 들어가면… 어떻고, 厥陰으로 들어가면… 어떻다”고 씌어 있는데,
여러분! 入經은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때그때 해석을 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설사약’을 보면, 설사를 그치게 하는 약인지?
설사가 되도록 하는 약인지? 혼돈이 될 수 있지요.
入厥陰經도 少陽經을 치료하는 차원에서 入厥陰인지,
厥陰자체의 성질에 해당되고 부합한다는 차원에서의 入厥陰인지 잘 알아야 합니다.
吳茱萸, 小茴香이 少陽經으로 들어간다고 하면 이것들의 성질을 이야기한 것이고,
厥陰經으로 들어간다고 하면 궐음을 치료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하면 혼동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 찬바람이 몰아칠 때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요?
밤이라서 햇볕을 쬘 수 없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좋을까요?
모닥불을 피울 수도 있겠지요.
이것으로 바람을 물리칠 수는 없겠으나 찬바람이 몰아오는 추위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스러울 수 있다는 차원의 방법이 되겠지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산에 불이 났을 때 맞불을 놓듯이
厥陰風木으로 맞바람을 보낼 수도 있겠지요.
바람이 부는 한 가지 상황에서,
벽으로 막는 방법(陽明), 따뜻하게 태양을 쪼이는 방법(少陽),
모닥불을 피우는 방법(少陰),
맞바람을 일으키는 방법(厥陰)을 쓸 수가 있겠지요.
이것을 六經으로 이야기하면 괄호 속에 기입한 것이 되지요.
그러나 太陰濕과 太陽寒水는 안되겠지요.
왜냐하면, 바람이 불 때 물을 뿌리면 더 추워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
만약 이것을 이해하신다면 어떠한 차원으로도 조사가 가능합니다.
이번엔 少陰君火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지금 더위가 심하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어떻게 더위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찬바람을 쐰다” 예! 좋습니다. 그렇다면 厥陰이 되겠지요.
厥陰은 木이므로, 木生火의 이론 즉 五行上의 이론으로 되어야 할텐데,
여기서는 火를 克하기 위한 木이므로 木克火가 되었지요.
따라서 五行上의 이론은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내용물 즉 質에 관한 문제이니까요.
더위라고 하니까 궐음풍을 생각해 냈는데,
厥陰風藥으로 少陰君火를 치료하는 것이 있습니다.
火病으로 중풍이 되었을 때 쓰는 荊芥防風은 風을 예방하는 약입니다.
(防風은 딱딱한데 왜 厥陰에 넣었을까요?)
荊芥・柴胡는 少陰君火를 식혀주는 약입니다.
또 더위 먹었을 때 시금털털한 五味子 차를 마시는데,
五味子・山査子・山茱萸 등이 더위 먹었을 때
에너지를 보충시켜 주는 厥陰에 해당하는 약입니다.
太陽寒水는 몸을 식혀주니까
말할 나위 없이 生地黃, 黃蓮, 黃芩, 黃栢, 大黃 등이겠지요.
少陰君火를 陽明으로 치료하는 약은 龍骨, 牡蠣같은 것들이고,
太陰濕으로 치료하는 약은 麥門冬, 天門冬, 黃精 같은 약으로
補陰을 시킴으로써 少陰君火를 슬쩍 억눌러 주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厥陰약으로 少陰君火를 억제시키는 것과
太陽寒水약으로 少陰君火를 억제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요.
이런 것을 여러분들이 잘 연구를 해보세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길 잘 들어 보십시오.
유리컵이 있는데, “물을 담아 오너라”고 하면 아무 이상이 없지요.
“유리컵에다 蘭을 한 촉 심어 두어라”고 한다면 이것은 괜찮겠지요.
난을 심기 위해 모래흙을 담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또 유리컵에다 올챙이를 키우겠다고 막내가 고집을 할 수도 있겠지요.
재떨이에 담배 재를 떨기도 하지만 이쑤시개나 휴지를 버리기도 하지요.
이러한 유리컵이나 재떨이를 器, 즉 器具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五臟六腑를 만들어 주었을 때
그 器에 각각 무엇을 담을 수 있도록 한계를 두었을 것입니다.
“胃에는 무엇을 담아라” 또는 “어느 것까지는 담아도 좋다”하는 한계가 있었겠지요.
재떨이에 휴지나 이쑤시개를 버려도 무방하듯이…
그런데 “물을 한 잔 마시게 그릇을 가져 오너라”고 했는데 재떨이를 가져왔습니다.
“야! 임마”,
“아니? 재떨이로도 먹을 수는 있잖아요?”
“글쎄 먹을 수야 있지…”하고 양보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국을 요강에 담아다가 밥상을 들여옵니다.
이것 참! 기분은 나쁘지만 여기까지는 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 담을 수는 있으니까(일은 진행시킬 수 있지요).
지금 이 비유를 잘 들어야 됩니다.
아주 얇은 종이 접시가 있다고 합시다.
여기에 팝콘이나 오징어 따위는 담을 수 있지요.
그런데 물을 떠오라고 한다면 오는 도중,
물이 질질 새다가 결국 찢어져서 물을 먹을 수 없겠지요
(그릇도 못쓰게 되고, 물도 먹지 못합니다).
우리 몸속의 五臟六腑도,
마치 재떨이에 물을 담아 오고 밥을 담아 오면 우리가 싫어하듯,
견딜 수 있을 때까지는, 싫어하는 경우가 되어도 견뎌줍니다.
그런데 종이 접시에 물을 담아오는 상황을 五臟六腑에 부여한다면 안 되겠지요.
이렇듯 五運에 합당하지 않은 六氣가 들게 되는 경우를 흉하다고 합니다.
종이 접시를 土(土에도 陰土와 陽土가 있음)라고 할 때
갑자기 太陽寒水가 들이닥쳤다면 그 해 운수가 아주 나쁘게 됩니다.
이런 四柱를 凶相이라고 합니다.
재떨이에 담배 재를 떤다면 吉하나 밥을 담는다면 吉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이걸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太陰과 太陽이 厥陰風과 만나면 큰일이 나겠지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찬바람이 부는데 물을 뿌리면 더 추워지기 때문).
건강을 망치게 됩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이것들을 만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또 厥陰과 厥陰이 만나는 경우도 있으나
자칫 잘못 부딪치면 큰일이 나므로 치료법상 피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고 나니 厥陰風을 치료하는데
太陰, 太陽, 厥陰은 제외하고 陽明, 少陽, 少陰이 쓰이게 됨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것들도 반드시 연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연구를 해보노라면
한방공부가 얼마나 재미있고 묘미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 이것이 제대로 하는 한방공부입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 少陰君火의 불을 끈다고 합시다. 어떻게 할까요?
“나는 바람으로 끄겠어!” 이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지요.
이때는 물로써 꺼야지요.
여기에 太陽寒水가 등장하는 겁니다.
만약 그 불이 기름불이라면 물로 끌 수 없지요.
이때는 모래 즉, 陽明이 등장하게 됩니다.
또 아주 작은 불은 스프레이 정도의 습기만으로도 끌 수 있지요.
이 경우엔 太陰濕이 등장되고,
맞불을 놓는 경우와 같은 少陰君火가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 불에 厥陰風을 쓰는 위험은 짓지 말아야 합니다.
太陰濕을 예로 하나 더 들어 볼까요.
太陰濕을 안개나 이슬 혹은 비에 젖은 옷으로 본다면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요?
바람에 쏘여 말리거나, 햇볕에 말리거나,
드라이어의 열로 말리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요.
그러나 젖은 옷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습니다.
고로 太陽寒水는 치료법에 해당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黃帝內經”에 대해 한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邪氣의 氣勢에 다소가 있고, 병의 상태에 성쇠가 있으며,
治法에 완급이 있고, 처방에 大小가 있다”라는 말이 “黃帝內經”에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대원칙입니다.
환자를 치료할 때는 마음을 항상 恬淡虛無하게 가져야 합니다.
무심으로 마음을 비울 줄 모르면
환자의 마음 상태가 어떻게 되어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심해지라는 말은 욕심을 없애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비운 다음에 환자의 병이 죽을 병인지 살 병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생사의 판단이 선 다음에 손을 대야지요.
의사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 살 병인지, 죽을 병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둑도 묘수풀이가 제일 어렵다고 하지요.
奇奇妙妙한 묘수풀이는 아무리 높은 상수라도 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생사의 판별도 쉬울 것 같지만 병이 얼키고 설키면 정말 어렵습니다.
이렇게 생사를 알고 난 후에야 大小가 나옵니다.
병의 程度를 알아야 처방의 大小 즉 크고 작음을 이야기할 수 있지요.
“方多而效少하고 方少而效多라…”
처방이 많으면 藥效가 적고, 처방이 적으면 藥效가 많고 큽니다.
이를테면 十全大補湯에다 五味子를 넣고 또 六味地黃湯을 넣게 되면 효과가 적고
간단하게 桂枝, 麻黃, 杏仁, 甘草와 같이 쓰게 되면 그 효과가 오히려 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하! 그렇다면 나도 명의가 되기 위해 방을 적게 써야 되겠군!”
이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效果가 많다는 이야기는 거꾸로 뒤집어 말하면 毒性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 무섭다는 말도 됩니다.
‘나는 명의가 될거니까, 傷寒論 위주 四象方 위주로 쓸거야!’ 이런 착각하지 마세요.
효과가 강한 대신 잘못 오진하면 큰 일 납니다.
땀이 나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땀이 줄줄나는 사람에게 麻黃을 두돈 반만 넣어 보세요.
사람이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제가 U시에 있을 때, 마황을 먹이고는 사람을 죽인 일이 있었습니다.
癌환자인데, 麻黃을 半錢 넣었는데도 그 다음날 죽었다고 하더군요.
이 일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걸리는 일입니다.
그 환자의 부인께서 이해를 해 주시긴 했지만…
이 麻黃같은 약 함부로 쓰는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병이 큰 것이냐 작은 것이냐,
方을 크게 쓸 것이냐 작게 쓸 것이냐를 잘 알아야 합니다.
흔히 “手術은 성공했는데 사람은 죽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또 “五行針을 정확히 썼는데 이상하게 병이 더하던데요”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가는 침을 쓰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망치로 못을 박듯 세게 박았을지도 모르고,
補瀉를 어느 정도해야 되는데 너무 과하게 비틀었는지 모를 일이지요.
이건 참 무서운 일입니다.
완급도 실로 어렵습니다.
바둑을 두다가 한 판 졌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바둑 실력이 절대 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어쩌다가 환자의 병을 못 고쳤다고 열등감이 생겨서
“으이그~, 그저 나같이 둔한 의사는 죽어야 돼”하면서 자학만 하고 있다면
그런 사람을 하늘이 좋아할까요? 때로는 자기 위로나 자기합리화도 해야 됩니다.
보는 환자에게 마다 열등감 다 느끼고서야 여러분들 실력이 언제 늘겠습니까?
어쩌다 바둑 한판 지고 나면
“아이구! 나는 안돼”
연구는 안하고 머리만 탓해 가지고는 절대 바둑이 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1000만원을 가진 사람이 어느 날 700만원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남은 300만원으로 술을 먹어버렸습니다.
남은 300만원도 적은 돈은 아니었는데
700만원이라는 그보다 큰돈을 잃은 데 대한 自暴自棄心때문이지요.
잃은 700만원에 연연해하지 말고 남은 300만원으로 일어서려고 해야지요.
새로운 환자가 왔는데 조금 전에 환자를 볼 때 느낀 감정으로
새 환자를 대해서야 되겠습니까?
지나간 일에 매여 있으면 안 됩니다.
승부나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기는 도인도 힘들다고 합니다.
무지무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啞門穴같은 곳은 자칫 잘못 침을 찌르면 죽고 맙니다.
“어? 이상한데요. 나는 가늘고 조그만 침을 놨는데요.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사람이 죽던데요”
生死나 大小의 판단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환자가 왔는데, 위궤양에, 팔다리가 쑤시고,
두통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면 어떤 것부터 치료해야 할까요?
이런 환자가 왔다면 정말 골치가 아프겠지요.
그렇지만 실제 임상에 나가면 바로 닥치는 일입니다.
더우기 뚱뚱한데 熱이 있다고 하면 (뚱뚱하면서 冷하면 쉽겠지만…)
어떤 것부터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까요?
이렇게 완급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병의 상태에 흥망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완급을 잘 조절해 주고,
크고 작음을 알고, 생사를 알아서
여러분들이 병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 면밀하게 검토를 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도 항상 의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합니다.
환자의 페이스에 말려들면 안 됩니다.
“몇 십 집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아라”는 바둑의 교훈과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환자의 말에 끄달리면 안됩니다.
“저~ 선생님! 병원에 가서 소변검사를 해 보려는데 어떨까요?”
“갔다 오세요”
며칠 후,
“선생님! 병원에 가니까 한의원에 가지 못하게 하던데요…”
“그러면, 오지 마세요”
이런 한의사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뭣하러 한의원 차리고 앉아 있습니까?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아는 척 하는 환자는 혼내줄 줄도 알아야지
신사인양 체면 차리고 앉아 있다가는 아무 일도 못하고 맙니다.
갓 졸업한 젊은 의사들을 환자가 얕잡아보고 우습게 여기는 일이 많은데
이때는 기선을 잡아야 합니다.
환자에 의존해서 밥을 먹고 산다는 치사한 생각을 해선 안 됩니다.
또 내가 아니면 못 고친다는 터무니없는 망상도 나쁩니다.
그렇지만, 참으로 어렵긴 하지만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의사는 실로 정밀해야 합니다.
제가 이 강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연구를 하는지 아십니까?
작은 예 한가지도 대수로이 하지 않는데,
그래도 강의를 하다 보면 자주 빼먹고 지나치게 됩니다.
정밀성의 어려움이지요.
君臣佐使의 마지막인 使에 가서 한 두가지 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승부가 좌우되는 약의 처방도 이러한 精密性이 없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정밀성이란 꼼꼼하고 세밀하다는 뜻이지요.
이 세밀함은 이른바 기술적인 테크닉의 차원에서부터
藥을 쓰는 君臣佐使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경우에 다 해당이 됩니다.
잠깐 君臣佐使에 대한 “內經”의 말씀을 보고 넘어 갈까요?
寄의 制란, 君藥, 곧 主되는 藥物이 1. 臣藥, 곧 從이 되는 약물이 2.
혹은 君藥 1, 臣藥 3, 偶의 制란 君藥 2. 臣藥 4,
혹은 君藥 2. 臣藥 6. 또, 다음과 같이도 서술되어 있사옵니다.
발병의 시기가 가까운 자는 奇의 制를 쓰고
발병의 시기가 먼 자는 偶의 制를 쓴다.
發汗할 때는 奇의 制를 쓰고
瀉下할 때는 偶의 制를 쓴다.
또
上半身을 補하고 또 고치는 데는 緩의 治法을 쓰고
下半身을 補하고 또 고치는 데는 急의 治法을 쓴다.
緩의 治法에는 氣味가 얇은 藥物을 쓰고
急의 治法에는 氣味가 두터운 약물을 쓴다.
이와 같이 하여 그 병에 적응한 治法을 강구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內經. 至眞要大論)
발병의 시기가 가까울 때는 奇의 制 즉
君藥과 臣藥의 비율을 1대2, 멀 때는 偶의 제를 쓴다고 했지요.
그러므로 최근에 걸린 감기에 雙和湯같은 것을 쓰고 싶으면 奇의 制 즉
君藥과 臣藥의 비율을 1대2로 쓴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병세가 아직 세지 않기 때문에
그 병세를 콱 치게될 君藥이 많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며칠 계속해서 돼지고기를 먹은 사람이 오늘은 그다지 돼지고기가 먹고 싶지 않지만,
반찬이 돼지고기 밖에 없을 때에 어떤 요리로 해서 먹는 게 좋을까요?
‘편육을 만들어서 새우젖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면 좋지 못하겠지요.
君(돼지고기)이 10, 臣(새우젖)이 1 이므로 奇의 制인 君과 臣의 비율인 1대2에 비해
君의 비율이 너무 높아서 이 요리는 좋지 않지요.
이럴 때는 돼지 김치찌게를 끓여 먹으면 좋겠지요.
돼지고기 덤성덤성에다, 고춧가루, 파, 마늘, 김치…등은 많이 들어가므로,
돼지고기가 君이 되긴 하지만 臣이 더 많지요.
그런데, 발병의 시기가 멀 때는 偶의 制를 쓰라고 한 것은
君藥도 많이 넣지만 臣藥이 더 많지요.
가령, 熱病이 된지 한 달이 지나도록 몸의 열이 내리지 않을 때
滑石이나 大黃 따위를 (寒藥) 많이 쓰면서,
臣藥으로 熟地黃, 麥門冬 등을 넣는다는 것이지요.
발한할 때는 奇의 制를 쓰고, 瀉下할 때는 偶의 制를 쓴다고 했는데,
이것은 發汗시킬 때와 瀉下시킬 때의 중점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發汗을 시키기 위해 麻黃을 君으로 썼다면,
나머지 臣藥은 두어가지, 서너 가지 정도 쓰면 되겠지요.
아뭏든 主가 되는 약을 가볍게 쓰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瀉下를 시키고자 할 때는 大黃, 枳實을 서너 돈씩 넣고,
이게 너무 세겠다 싶으면 熟地黃으로 補도 해주고,
또 필요한 여러 가지 약을 다 넣은 뒤에는 升麻를 살짝 넣어주는 겁니다.
마치 무슨 요리법같이 까다롭지요.
상반신을 補하고, 또 고치는 데는 緩의 治法을 쓰고
하반신을 補하고, 또 고치는 데는 急의 治法을 쓴다고 했고,
緩의 治法에는 氣味가 얇은 藥物을 쓰고,
急의 治法에는 氣味가 두터운 藥物을 쓴다고 했는데
이것은 제가 드리는 한 가지 예만 들으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頭痛藥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여러분 한 번 나열해 보십시오.
細辛, 白芷, 柴胡, 川芎, 天麻, 蔓荊子, 藁本, 甘菊
그리고 引經藥인 升麻도 포함시켜야지요.
이 외에도, 눈(目)에 관한 약, 코에 관한 약 등…
다시 말해서 頭, 眼, 鼻, 耳 藥들은 半錢 이상은 좀체 쓰지 않습니다.
머리로 올라가는 약인 細辛을 12g, 즉 3錢을 넣는다거나,
升麻를 5錢 넣는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補中益氣湯에도 升麻는 기껏 2g 들어갑니다.
또 洗肝明目湯(下統 108번)에 들어가는 약의 양을 살펴봅시다.
當歸(尾), 川芎, 赤芍藥, 生地黃, 黃蓮, 黃芩, 梔子, 石膏, 연교(連翹),
防風, 형개(荊芥), 薄荷, 羌活, 만형자(蔓荊子), 甘菊,
백질려(白蒺藜), 草決明, 桔梗, 甘草 이 모두가 각 2g 즉 5푼 밖에 넣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氣味가 얇은 약들은 완만하게, 유연하게, 조금씩 쓰라는 이야기이지요.
이렇게 위로 올라가는 藥에 비해
熟地黃, 麥門冬, 五味子, 兎絲子, 覆盆子, 肉蓯蓉, 破故紙 등은
下焦로 내려가는 약입니다.
그러므로 병에 맞는 약, 맞는 治法을 강구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입니다.
그러니까 정밀성이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정밀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착각하지 말아야 함’입니다.
환자가 와서, “머리가 아픈데요…”하면,
무슨 탕 무슨 탕…해서 대략 열 가지 정도의 탕이 떠오릅니다.
이걸 쓸까? 아니, 저걸 쓸까? 에라 모르겠다. 요걸 쓰자!
하고는 약을 지어주면 큰 일 납니다.
陰陽을 착각하면 안 됩니다.
‘착각’이란 알긴 알지만, 경솔히 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깊이 연구하면 되는데, 그저 얄팍한 생각만 굴리다가 헛짚고 말지요.
자기 딴은 신념이 있었는데 잘못 짚는다는 것은 곧 어리석음입니다.
또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수는 경망스러워서 하는 것입니다.
2.
그 다음은 병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병은 우리에게 있어선 적입니다.
“적을 가벼이 보면 반드시 패한다”고 했습니다.
환자를 봄에 신중하지 않고 가볍게 대한다거나 병을 경솔하게 얕잡아 보지 마세요.
모쪼록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無心, 生死, 大小, 緩急, 主導權, 精密, 勿錯, 勿失, 勿輕‘
이 아홉 가지를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한방 뿐 아니라 여러분의 인생적인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舊韓末 유명했던 鏡虛스님의 詩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得其志也 街中閑談 常轉法輪
失於言也 龍宮藏經 一場寐語
그 뜻을 얻고 보면
시중에서 지껄이는 한가로운 말들로 항상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것과 같고,
그 말의 뜻을 잃어버리고 말면
용궁의 경전도 한바탕 잠꼬대에 불과 하느니라.
“진정한 구도자는 부처도, 보살도, 나한도,
나아가 과거, 현재, 미래에서의 어떠한 영광도 취하지 않는다.
그는 의연히 이 속세를 초탈하여 절대적인 자유를 누리기에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천지가 무너져도 그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천지사방의 부처들이 앞에 나타나도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
또 지옥에서 온갖 귀신들이 다 뛰쳐나오더라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그는 이다지도 태연자약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가 세상 만 가지 사물을 구성하는 공의 원리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변화하는 것에 홀리지 않는 눈에겐 실체가 아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다만 마음의 작용일 뿐이고,
세상 만물도 다 알음알이(識)에서 일어난 것일 뿐이다(三界唯心萬法唯識).
그렇다면 꿈이나 환상, 허공에 핀 한 떨기 꽃에 집착하여 무엇 하겠는가?
오직 참으로 실재하는 단 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 눈앞에서 나의 설법을 듣고 있는 그 사람이다”
의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담고 있는
吳經態박사의 “禪의 황금시대”중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뜻을 얻어야 합니다.
우리가 六經 공부를 하는 이유도
짐승소리, 사람의 음성, 사물의 모양 등의 소리를 듣거나 모양만 보고도
그것이 가진 감정과 성품을 알기 위한, 다시 말해서 뜻을 얻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어떤 가수가 노래했듯이 친밀한 대화에는 말이 필요가 없습니다.
“黃帝內經”, “傷寒論“, “醫學入門“등 좋은 책이 아무리 많으면 무얼 합니까?
그 속에 담겨진 뜻을 얻어야지.
그저 말끝만을 쫓아다니다가 뜻을 놓친다면 실로 일장춘몽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기본적인 觀, 陰陽觀을 터득하기에 힘을 써야지,
그저 몇 가지 이론만 외워서는 곤란합니다.
기본적인 觀을 얻고 나면 보다 큰 세계는 없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되고,
그 세계를 찾고자 노력하다 보면 보다 넓고 큰 세계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치료문제 즉 치료대법에 있어서 여러 가지 차원에서 연구를 했는데
치료를 함에 있어서는 엄청난 추리력과 제가 강조하는 직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 여러분들이 그저 외운 것만 가지고 활용하려 하지 말고,
뭔가 여러분 각자가 독특한 자기 나름의 인생관을 터득하여
형식이나 말에 끄달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주시길 강조하기 위하여
경허스님의 詩 한 구절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內傷에 관한 것,
정신적인 차원에서부터 六經的인 진단에 이르기까지 여러분과 검토를 해 보았습니다.
거듭 강조하는 바는,
고지식한 율법이나 몇몇 공식이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못해서 五運六氣를 공식화 시켜버리면
오운육기를 만든 성인의 기본 뜻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이것은 六經에도 합병이 있음을 고찰할 수 있는 눈을 열어줍니다.
그런데 이 합병과 더불어 어떤 변수가 작용하면 복합이 됩니다.
이 경우 복합치료란, 가령, 太陰과 陽明에 病이 왔을 때
이 두 經絡만 치료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합병치료를 생각하게 되는데,
때로 전혀 엉뚱하게 任脈이나 督脈을 취해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복합치료인 것입니다.
예를 더 들어 봅시다.
手太陽少陽經을 補하려면 臨泣, 後谿를 補하고, 通谷, 前谷을 瀉하는데
臨泣, 後谿는 木, 通谷, 前谷은 水이지요.
흔히 交相合치료에서는 手太陽小腸經이 足少陰腎經을 치료한다고 보는데,
이 足少陰腎經에 水와 火가 적당히 복합이 되었을 때는
水와 火가 거꾸로 뒤집어진 手太陽小腸經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복합치료란 어렵고 까다로운 것입니다.
몸 안에 피가 부족하다고 할 때 흔히 手太陽小腸經을 補합니다.
血虛나 여자들 經度, 남자들 코피, 大腸出血, 기타 몸 속의 諸出血,
타박으로 瘀血이 되었을 때 우리 五行針法에서는
이 手太陽小腸經을 일단 상기시킵니다.
手太陽小腸經의 補는, 臨泣・後谿를 보하고, 通谷・前谷穴을 瀉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通谷, 前谷穴이 水이므로 이것을 瀉하게 되면 水氣에 마이너스가 오게 되므로
太陽寒水를 補하고자 함에 逆行하는 경우라 하여
이 두 穴의 瀉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참으로 고차적인 이야기입니다.
저도 이러한 복합에 대해선 그리 썩 잘 알지 못합니다만
대표적인 예를 책에서 한번 찾아 보겠습니다.
“사암침염요결” P23, 17번을 보세요.
“말이 어물어물하고, 반쪽을 못 쓰는 반신불수는 心虛인지라
大敦을 補하고 太白을 瀉하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心虛에는 이론적, 원칙상 手少陰心經의 正格을 써야 하므로
大敦, 少衝을 補하고 陰谷, 少海를 瀉해야 합니다.
그런데 책에는 “大敦을 補하고 太白을 瀉하라”라고만 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大敦을 補하는 것은 맞는데 왜 少衝, 陰谷, 少海를 생략했을까요?
한편, 心臟이 實할 때는 手少陰心經 勝格을 쓰는데,
陰谷, 少海를 補하고, 太白, 神門을 사합니다.
그런데, 心實일 때, 瀉하는 太白穴을 “舍岩針灸要訣“에서는
어째서 心虛일 때 瀉하라고 써놓았을까요?
이건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입니다.
또 한가지 참고로 얘기하면 중풍걸린 사람에게는 心虛, 心實을 불문하고
일단 大敦을 補하고 太白을 瀉해 보세요.
그러면 얼굴이 비뚤어졌거나 반신불수이거나 가릴 것 없이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舍岩針法의 이론에는 맞지 않습니다.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요.
치료에 있어서 相合보다는 交相合이 더 많고 交相合 다음으로 相合,
相合 다음으로 合倂치료가 많이 쓰입니다.
이러한 複合治療는 여러분의 연구과제입니다.
이론이나 상식을 벗어난 穴의 補, 瀉는 정말 수수께끼입니다.
穴은 穴대로 補, 瀉는 補瀉대로 각기 다 다른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러므로 결국 舍岩針法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메시지는
‘여러분의 直觀에 의해서 나름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제 강원도 태백 시에 사는 한 친구가 와서 하는 말이,
“강원도에는 舍岩針을 쓰는 사람이 많은데,
○○씨가 熱이 끓어서 가슴이 답답한 환자에게 手少陰心經 正格을 썼는데도 낫더라.
火에 火를 더한 격인데 어떻게 나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하니
“병만 나으면 됐지 무슨 잔소리야”하더라며 불평을 토로하더군요.
자기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도 계속 熱이 오르는 사람에게 手少陰心經을 補한다면 자칫 큰일 날 것이다.
자네가 본 경우는 물이나 모래로 쓸 수 없는 어떠한 강한 불을 불로써 껐다고 보아라.
以熱治熱도 있지 않느냐”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 이론이란 무엇입니까?
현상을 합리적으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에 불과한 것이지
이론 그 자체가 실제는 아니지요.
다시 말해서, 실제적으로 일어난 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것이 이론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이론부터 무턱대고 익히려 하지 마세요.
이상과 같은 복합치료에 비해 합병치료는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複合治療가 내포하고 있는 변수는 神만이 알고 있겠지요.
어떤 환자가, 火病이 있다고 할 때,
한 사람은 足太陽膀胱經, 다른 사람은 手太陽小腸經,
또 다른 사람은 足厥陰肝經으로 치료하자고 주장합니다.
불은 물, 모래, 바람 등 어느 것으로도 이론상 끌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 될까요?
얼굴이 불그레죽죽하고 火氣가 浮하게 뜬 상태라면 足厥陰肝經이 낫겠고,
연일 熱이 펄펄 끓는다면 足太陽膀胱經이 낫겠고,
약간 신경성이고, 전체적으로 눈자위가 벌겋게 충혈되어 있으면
足陽明胃經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요는 그 불(火)이 활활 타 오르는 불인지, 기름불인지,
촛불인지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되겠지요.
舍岩針法의 어려움이, 복합치료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60穴만 외워서 舍岩針法을 운용할 수 있다면 제가 강의를 복잡하게 하고,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그럴 필요도 없고,
공안문제라든가 기본게임 따위를 들먹일 이유가 없습니다.
공식대로 외워서 取穴을 하면 되니까요.
四象醫學을 열심히 한 사람들도, 四象만으로는 다 들어맞아 주지 않으니까
8가지 혹은 16가지로 분류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太陰的 少陽人도 있을 것이고 少陽的 太陰人도 있을 뿐 아니라
보라색, 회색, 등과 같이 그 내용을 딱 잘라 말하기 불가능하리만치
미묘한 것이 인간인데 그것을 어떻게 이론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까?
手陽明正格을 한번 봅시다.
手陽明大腸經은 足三里, 曲池를 補하고 陽谷, 陽谿를 瀉하지요.
그런데 陽谷은 手太陽小腸經의 火穴이고, 陽谿는 手陽明大腸經의 火穴이지요.
이 手太陽小腸經의 火穴(陽谷)과 手陽明大腸經의 火穴(陽谿)이
手陽明正格의 瀉하는 穴입니다.
이 手陽明正格으로 어떤 사람을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陽明이니까 마른 사람보다는 뚱뚱한 사람을 치료하겠지요.
왜냐하면 陽明의 성품이 건조하면서도 가볍기 때문이지요.
陽明가운데에서도 手陽明大腸經은 五運과 六氣가 공히 金과 金입니다.
그래서 더욱 건조하고, 더욱 서늘한 기운이 강합니다.
학생 중에 手陽明大腸經으로 효과를 본 학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 저는 手陽明大腸經으로 척추디스크를 고쳤습니다”
척추디스크를 한글로 표기하면 ‘제 4, 5 요추간판 탈출증’이 됩니다.
뭐 대단한 것 같지요.
여러분들에게 이런 것 암기하라고 하면 신나게 할 겁니다.
手陽明大腸經으로 腰痛을, 디스크를, 신장염을 낫게 해 주었다고 이야기하면
허준 선생이 배꼽을 쥐고 웃을 것입니다. 한탄할 일입니다.
手陽明大腸經으로 針을 썼다고 하면,
허리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거나간에 우선 전체적으론 환자를 볼 때 어땠지?
뚱뚱했었나? 말랐던가? 하고 질문을 합니다.
“말랐었어!” “아니? 말랐는데도 手陽明大腸經을 썼다고?
마른 사람에게 다른 어떤 상황이 있어서 그걸 썼지?”하고 다시 질문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 나름의 다른 어떤 차원의 추리가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이지요.
이렇게 discuss를 하세요.
일반적으로 좀 마른 사람에게 手陽明大腸經을 썼다면,
腰痛, 위궤양 혹은 어떠한 양방병명을 갖다 대더라도 납득이 잘 가질 않지요.
왜냐하면 手陽明大腸經을 썼다고 하면
그 환자는 십중팔구 좀 비대한 사람일거라는 우리끼리의 암호가 있기 때문입니다.
“舍岩針灸要訣”에 나와 있는 ‘手陽明大腸經의 腰痛’을 한번 볼까요.
저의 出家 동기가 이 부분에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제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거기를 보면 “筋骨을 잡아 쥐고 꺾는 것 같이 아픈 症은
大腸傷인지라 三里와 曲池를 補하고 陽谷과 陽谿를 瀉하라”
라고 五行針의 이론에 딱 들어맞게 쓰여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환자를 볼 때
‘筋骨을 잡아 쥐고 꺾는 것 같이 아픈 증상’의 환자에게
무조건 手陽明大腸經을 쓸 겁니까?
온몸이 저리다고 하는 환자의 경우를 臨床敎授에게 물어보니
“임마! 그것도 몰라? 그건 痺證이야!” 했을 때,
비증의 처방을 보니 諸味十八湯으로 되어 있다면,
여러분은 온몸이 저리다고 하는 환자에게,
무조건 諸味十八湯에 半夏, 南星, 威靈仙, 五加皮…등을 넣어
(어디서 加味한다는 것은 들었는지…) 쓴다고 외운 대로 처방을 하시겠어요?
어떻게 저리다는 것 하나의 구실로 이 처방을 외울 수 있겠습니까?
加味만 봐도 그렇습니다.
뚱뚱한 사람이 왔을 때는 陽明經으로 들어가는
半夏, 南星 등의 건조한 약을 써야 될 것이고,
마른 사람이 왔을 때는, 共히 온몸이 저리다고 해도,
六味나 麥門冬, 熟地黃, 天門冬 등과 같이 물기있는 약을 써야 되지 않겠습니까?
太陰經으로 들어가는 藥이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좀 보세요.
양방병명을 수없이 나열해 놓고 무슨 병에는 무슨 탕,
무슨 병에는 무슨 탕…이렇게 써놓았습니다.
위궤양 환자에게 있어서 뚱뚱한 환자에게는 熟地黃을 빼라,
白朮을 넣어라…하는 등의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습니다.
오로지 병명과 탕명만을 짝지어 놓았을 뿐입니다.
제대로의 陰陽觀이 정립하려면 최소한 5년은 걸립니다.
특히 상급학년일수록 기존의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기까지의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여러분! 제가 이 강좌에서 강의를 하는 한계는 교상합에서 끝이 납니다.
합병치료나 복합치료는
제가 여러분에게 구체화시켜 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여러분이 스스로 깨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스스로 참으로 깊고 넓게 연구하여 임의용지 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학생이 제게 와서
“제 어머니가 뚱뚱한데 手陽明大腸經이나 足陽明胃經을 놓으면 어떨까요”
하고 질문을 합니다.
“좋겠군요”하고 대답을 했지요.
며칠 후 “선생님 그걸 썼는데 안 낫던데요”합니다.
이럴 때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가 그 학생의 엄마를 보기나 했읍니까? 음성이나마 들어보았습니까?
그 이상은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지요.
저는 앞으로 舍岩針 會誌를 만들 예정입니다.
그 회지에 여러분의 임상 예를 실어서 서로 나누며 연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제 임상 예를 말씀 드린다면,
몸이 마른 사람의 팔이 아리고 저리고 어깨가 아프고,
특히 팔 바깥쪽으로 오는 일체의 병에 手太陽小腸經을 쓰면 99.99% 다 낫습니다.
작년의 일입니다.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전라도 이리에서 웬 아줌마가 저희 집을 찾아왔더군요.
까닭도 없이 팔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달 이상을 여기 저기 치료를 해 봤으나 낫지 않았다고 합니다.
몸이 바짝 마르고, 눈이 충혈되고, 얼굴이 검게 타 있었습니다.
火氣가 있어 보이는 이 아주머니에게선 정말이지 건조하게 살아온 빛이 역력했습니다.
手太陰肺經이나 足太陰脾經을 놓을까 했으나
팔이 아픈 상황과 流注등을 고려해서 手太陽小腸經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拔針을 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팔을 들어 올리더군요.
이건 一度에 快差하는 그 이상의 효과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또 현장에서 팔을 획 돌리기까지 하더군요.
흐르지 않았던 經絡에 에너지를 흐르게 하면 이렇게 신효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手太陽小腸經을 외워서는 안됩니다.
뚱뚱한 사람이 팔이 아리고 저린다면 어떤 經絡이 좋을까요?
手陽明大腸經을 써야겠지요.
만약 비쩍 마르고, 下焦에 땀이 축축하거나 下焦가 冷한 사람에게
手陽明大腸經을 쓰면 낫겠습니까?
십중팔구는 어렵겠지요.
그렇지만 手陽明大腸經이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환자라도
때로는 다른 經絡을 놓아야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手陽明大腸經은 濕하고 비대한 사람에게 합당하다’고 외워버린다면
합병이나 복합치료는 두말할 것도 없고 ‘임의용지’에 대한 꿈조차 꿀 수 없습니다.
비대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냉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비대하고 냉한 사람들에게 “냉・대하가 좀 많지요”하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노 라고 대답을 합니다.
이런 사람은 뚱뚱하면서도 그 살이 물살입니다.
바로 이 체질은 냉・대하가 많지요.
반면, 뚱뚱한데도 일생 동안 냉이 없다고 하는 부인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살집은 어떨까요.
그 피부는? 예! 탄력성이 있습니다.
근육이 좀 있어 보이고, 그래서 살집이 팽팽한 편이며
血壓도 좀 있어 보이고 눈도 다소 충혈된 듯이 보입니다.
이와 같이 비대하면서도 冷이 없는 사람은
濕과 熱이 공존하므로 手陽明大腸經이 적합합니다.
그런데 濕冷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足三里와 曲池穴의 補만 할 뿐,
陽谷과 陽谿穴의 瀉는 생략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火經의 (手太陽小腸經) 火穴(陽谷)과
自經(手陽明大腸經)의 火穴(陽谿)을 사해 버리면 냉이 더 심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大敦穴과 隱白穴을 補 슬쩍 補해 줍니다.
왜 大敦穴과 隱白穴을 補할까요.
足太陰脾經의 勝格은 大敦・隱白을 補하고 經渠・商丘를 사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手陽明大腸經 正格에서 三里, 曲池穴을 補하는 것만 가져오고
足太陰脾經 正格에서 大敦, 隱白을 補하는 것만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手少陰心經을 補해야겠는데 시간이 없다고 할 경우
大敦穴에만 針을 놓아도 되는 겁니다.
또 手陽明大腸經을 補하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足三里만 補해도 됩니다.
이렇게 大敦穴을 補하면 手少陰心經의 補가 되므로 濕冷한 사람의 몸을 데워줄 것이고
大敦穴・隱白穴을 補하면 足太陰脾經을 瀉하게 되므로
이것이 木을 實하게 해주므로 木克土의 원칙에 의해서 脾臟土氣를 억제해주게 되지요.
거기에다 足三里와 曲池로써 濕을 제거해주게 되므로 이리 저리 좋은 거지요.
마치 곰팡이를 싹 걷어내고 불을 때주는 것과 같은 격이지요.
장마철에 방에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겼다고 칩시다.
이때, 양방으로 곰팡이를 없애려고,
걸레질을 하고 약을 뿌리고 온갖 방법을 다 해도 이내 또 곰팡이가 끼게 됩니다.
그러나 한방은 방에 군불을 때줍니다.
그러면 양방만치 곰팡이를 제거하는 시간은 짧지 않으나
다시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지요.
또 습기로 인해서 방에 다섯 종류의 균이 서식하고 있다면
양방으로는 다섯 가지의 박멸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것도 임시변통에 불과한…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습을 제거해주면 500가지의 균이 서식하고 있더라도
간단히 박멸시킬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방치료를 근원치료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어서 모기 애벌레가 끼었다고 할 때,
그 애벌레를 잡고자 쫓아가는 것이 양방이고,
애벌레를 무시하고 웅덩이 물을 퍼내버리는 것이 한방입니다.
뚱뚱한 여자환자가 와서,
“양방병원에 가니 비임균성 어쩌고 하는 균이 있다고 해요”라며
冷이 있는 경우엔 補中益氣湯같은 처방에
물 빼는 利尿劑, 祛濕劑를 넣게 되면 袪濕이 되지 않겠어요?
여기에 또 半夏, 薏苡仁 따위를 추가해도 좋겠지요.
이렇게 하면 뚱뚱한 여자의 냉은 잘 낫습니다.
그러나 마른 사람의 冷은 좀 다릅니다.
이 경우는 補血制를 써야 됩니다.
이런 경우를 예로 들면서 복합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복합치료의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도록
많은 연구와 풍부한 상상력을 배양하시길 당부드립니다.
다음은 外感病에 대하여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內傷病에도 쓰지만 外感病엔 주로 汗, 吐, 下, 和의 치료법을 사용합니다.
汗法(發汗시키는 방법)은 病이 表에 있을 때 쓰고,
吐法(嘔吐시키는 방법)은 病이 上焦에 있을 때 쓰고,
下法(下利시키는 방법)은 病이 下焦에 있을 때 쓰고,
和法(和解시키는 방법)은 病이 半表半裏에 있을 때 쓰게 되는데
이 네 가지 방법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傷寒 제1일의 경우, 熱이 나고 으슥으슥 추울 때,
이때는 무조건 發表를 시켜야 됩니다.
熱이 난다고 해서 석고나 滑石같이 무거운 해열제를 쓰면 안 됩니다.
그런데 病이 안으로 들어 왔을 때는 發表劑를 쓰면 위험합니다.
대변이 딱딱하게 굳고, 혓바닥도 굳었다면 병이 어느 경락에까지 들어간 것입니까?
陽明經에 까지 들어간 거지요.
이럴 땐 下劑를 써야 됩니다.
大黃이나 枳實 같은 약을 써야 되지요.
그런데 寒熱이 왕래하여 熱이 왔다갔다(추웠다 더웠다)할 때는
和解를 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드시 이대로 하지는 않지요.
뚱뚱한 사람을 발한시킬 때는
外感, 內傷을 막론하고 發汗之劑에 袪濕之劑를 가미하면 좋습니다.
또 嘔吐요법은 병이 上焦에 있을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下焦에 있을 때에도 씁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 있는 禹功散(下統 82번)을 한번 봅시다.
禹는 治水의 大家였던 중국의 禹皇帝를 말합니다.
바로 禹皇帝의 공덕을 의미하는 약이지요.
“治小便不通 百法不能奏效 服此無不愈라”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백 가지 방법으로도 효과가 없을 때,
이것을 먹으면 낫지 않는 사람이 없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不拘時服 少時 以鷄翎 探痰吐之
譬如滴水之器 閉其上竅則澁 拔之則水通流洩矣“.
(시간에 구애받을 것 없이 복용하고 닭의 깃으로 痰을 찾아서 자극하여 위로 토한다)
라고 쓰여 있는데 여기에 별 표시를 다섯 개 해 두십시오.
목젖의 담을 자극시켜서 催吐케 함은 吐法의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이것은 마치 滴水之器 실험기구로 치면 피펫과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오줌이 안 나오는 것(病이 아래에 있음)을
윗 쪽을 뚫어 줌으로써 治한다는 이치입니다.
위를 막으면 아래가 열려 있어도 물이 흘러나오지 않지만
위를 열어주면 아래가 트이게 되지요.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百會穴에 침을 놓고,
너무 잘 나오는 경우(설사 등)엔 百會穴에 뜸을 뜬다고 했지요.
맥주 따위를 너무 좋아해서 下焦가 冷하여 설사를 한다거나,
脫肛, 脫腸증세가 있는 사람은 2~3개월 百會穴에 뜸을 떠보세요.
이런 경우의 처방은 補中益氣湯을 기본방으로 쓰면 참 좋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人體를 깊이 관찰했던 것입니다. 비방이란 이런 것입니다.
처진 것은 거두어 올려주고, 높은 것은 낮게,
뜨거운 것은 차게 해주는 이 이치를 알고 나면 비방도 어려운 것이 아니지요.
補中益氣湯(上統 22번)에 升麻가 들어가는데,
升麻의 양을 조금씩 써야지(그저 2g정도) 빨리 좋아지라고
그 양을 자꾸 올리다 보면 胃腸에 肛門이 올라 붙는 수가 생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補中益氣湯을 쓸 때 升麻를 많이 써서 치료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吐法을 嘔吐시키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코에 훅 불어 넣는 사향이나 과체산(瓜蒂散)(참외꼭지)을 사용하는 吐法도 있습니다.
과체산을 코에 불어넣으면 노란 물을 흘리게 되는데
이것도 일종의 吐法에 속하는 것입니다. 아시겠어요?
그리고 소금물로 토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여러분들 심심하면 소금물 먹고 토해 보세요. 참 좋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인체 내에서 上升하지 못한 에너지를 발산시킬 수 있읍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자 함이나 시기, 질투, 분노…등의 에너지가 가슴에 모이는데
이것이 발산되지 않으면 인간을 괴롭히게 된다고 하여
인도의 한 요가 수행법에서는 입문할 때
소금물을 먹여서 계속 토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술을 마시고 밤새도록 토했는데도 다음날 아침 녹작지근한 몸과는 달리
정신이 아주 맑아짐을 경험해 본 사람이 있을 줄 압니다.
催吐劑에 오이꼭지, 참외꼭지, 소금물, 禹功散 등이 있듯이,
病이 上焦에 있을 때에만 吐法을 쓰는 것만이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
發汗요법도 表에 있을 때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지 마십시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도 발한요법을 쓸 수 있습니다.
몸이 뚱뚱하고 濕한데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조금씩 下焦를 데워주면서 發汗요법 또는 催吐요법을 씁니다.
물론 기운이 쇠한 노인에게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吐法을 써서는 안 되지요.
汗・吐・下・和法도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그 환자의 특징에 따라 활용을 잘 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쓰는 針法에 汗・吐・下・和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傷寒 제 3일에 小紫胡湯을 써야 된다고 하면
이런 경우에는 少陽經絡을 건드려주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舍岩針灸要訣”을 한번 볼까요?
“傷寒 제1일에는 足太陽膀胱經,
傷寒 제2일에는 足陽明胃經,
傷寒 제3일에는 足少陽膽經,
傷寒 제4일에는 足太陰脾經….”이렇게 쓰여 있는데
이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참으로 엉뚱하게 되어 있습니다.
‘傷寒 제4일에 足太陰脾經을 報하라’고 나와 있는데,
足太陰脾經을 補하려면 少府 大都를 補하고 大敦, 隱白을 瀉해야 되지요.
그런데 책에 나와 있는 穴이 맞습니까?
다르게 되어 있지요.
책에는 ‘陰陵泉, 經渠를 補하고 隱白을 瀉하라’고 되어 있지요.
또 足少陰腎經을 보십시오.
원래 足少陰腎經을 補하려면 經渠, 復溜를 補하고 太白, 太谿를 瀉해야 되는데,
“舍岩針灸要訣”에는 ‘陰谷, 經渠를 補하고 太白을 瀉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상하지요.
足厥陰肝經도 한번 보세요.
‘大都를 補하라고 되어 있지요.
원래 大都는, 足太陰脾經을 補할 때 少府, 大都를 補하고
大敦, 隱白을 瀉한다는 대목에 들어 있는데
어째서 足厥陰肝經에 大都를 補하라고 써 놓았을까요.
이건 정말 不可思議한 내용입니다.
이것이, 각론에서 傷寒論을 강의할 때, 제가 어물어물 넘어가는 이유입니다.
저도 잘 모르니까요.
이러한 것들을 여러분이 깊이 연구해서 舍岩道人의 의중을 꿰뚫는 분이 나온다면
제가 큰 절을 올리며 배우겠습니다.
아뭏든 傷寒 제1일의 足太陽膀胱經이 發汗요법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하고,
傷寒 제3일의 足少陽膽經도 和法은 아니지만 화해하는 뜻과 비슷하게 보는 것입니다.
또 변비가 있을 때 手少陽三焦經을 쓰는데
이것은 밀어내자는 식으로 일종의 下法에 속하고,
가끔씩 手少三焦經이나 手少陰心經을 써서 위로 상기를 시켜보고자 하는 것은
吐法과 비슷한 용도이지요.
극히 드문 경우지만, 熱이 목에까지 올라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할 때
아예 밀어내보자는 의도로 火를 補해주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도 말하자면 吐法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런 것들은 여러분들이 임의용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汗에 해당하는 처방이나 藥物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發汗之劑로 제일 많이 쓰는 것으로 麻黃이 있지요.
그리고 땀을 낸다는 차원은 물론 발산시킨다는 포괄적인 면으로 생각을 한다면
그 맛이 맵고(辛味) 향기가 많은 香辛料 따위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桂皮, 乾薑, 양강(良薑)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發汗之劑로만 생각지 마시고 發散之劑로도 생각하시라는 이야기입니다.
호초(胡椒)도 마찬가지지요.
또 못된 친구들 골탕먹이는 데 쓰기 좋은 蓽撥이란 것도 있습니다.
소주나 맥주 마실 때 좋다고 속여서 먹이면 얼마나 매운지 눈물을 흘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매운 것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고기 먹고 체했거나 冷한 음식, 날(生)음식, 딱딱한 음식 먹고 체한 경우엔
이 필발이 꼭 들어갑니다.
맥주 먹고 체했을 때에도 胡椒와 필발(蓽撥)을 넣으면 좋습니다.
內消散(下統 26번)을 펴보십시오.
“治傷食 生冷硬物 痞滿脹痛大驗”
生冷한 것 굳은 것을 먹고 傷하여 痞滿, 脹痛한 사람에게
큰 효험이 있다고 씌어 있습니다.
처방내용을 보면 陳皮(順氣之劑)・半夏 등 건조해지는 약들 뿐,
쫀득쫀득한 것은 하나도 없지요.
白茯苓(利尿劑), 枳實(下氣劑), 山楂肉(고기먹고 체했을 때),
草果(채소먹고 체했을 때) 등이 들어갑니다.
갈비를 먹고 체했다고 하면 山査를,
채소를 많이 먹었는데 속이 좋지 않다고 하면 草果를 듬뿍 넣어주는 겁니다.
채소는 다소 冷한 음식이니까 草果는 먹어보지 않고도
그 맛이 톡 쏘는 매운맛의 香辛料임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명태 먹고 체한데 麥門冬을 쓴다고 하면,
명태가 건조한 것이므로 麥門冬은 쫀득쫀득한 것임을 곧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추리를 먼저 한 다음 그 약의 맛을 한번 보세요.
빠짐없이 먹어봐야 합니다.
비상(砒霜) 외에는 다 먹어 보도록 하세요.
다시 內消散으로 돌아갑니다.
山査, 神麴, 草果, 麥芽, 萊菔子 등은 消化之劑이고,
香附子는 鬱火에 좋은 약이지요.
옛날에는 주로 여자들에게만 香附子를 썼는데 지금은 남자들에게도 몇 돈씩 씁니다.
‘男性의 女性化’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남자들은 여자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七情이 鬱結 되었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병에는
반드시 香附子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七情이 울결이 되어서 여자들 經度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加味歸脾湯(上統 98번)을 쓰지요.
즉 “治肝脾怒鬱 月經不通”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歸脾湯에 산치자(山梔子), 자호(紫胡)가 들어가는데
便香附子를 가하면 더욱 좋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加味歸脾湯은 여자들 月經不通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셀러리맨들의 스트레스(집에선 부인 바가지, 회사에선 상사 꾸지람,
손아랫사람은 또 말을 잘 듣지 않지…)에도 좋습니다.
便香附子가 무엇일까요?
香附子를 童便(어린아이 오줌)에다 炒를 한 것이지요.
한의사는 반드시 童便을 받아두어야 합니다.
소변 통에서 소변이 오래 묵으면 주위에 허연 것이 끼게 되지요.
이것을 人中白이라고 하는데,
맛이 짜서 太陽寒水에 속하므로 이 人中白은 火病이나 肺結核에 특효약입니다.
인도 요가수행법 중에도 오줌만 먹는 수행법이 있습니다.
破積之劑인 三稜과 蓬朮도 發散之劑에 속하지요.
그리고 피부병의 대부분을 發汗之劑로 치료함을 아세요?
옛날에는, 어린이들이 홍역으로 열이 오르면 어린이가 괴로워 하건 말건
뜨끈뜨끈한 환경하에서 땀을 쭉 빼게 하여 낫게 했습니다.
지난 겨울방학 때, 학생 한 명이 온몸이 어마어마하게 헐어서 왔더군요.
아무리 병원을 다녀도 낫지를 않는다더군요.
비쩍 마른 사람인데 온몸이 헐어서 딱지가 지고 진물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생각을 나눠 봅시다. 뭐가 좋을까요?
太陰經이요? 濕한데 太陰經을 써도 될까요?
陽明經이요? 濕을 말려주는 것은 좋은데 사람이 더 마르지 않을까요?
手太陰肺經이요?
아하! 肺氣는 皮毛를 주관한다 이거지요.
이렇게 얼른 생각을 해도 여러 가지로 떠오르지요.
그런데 저는 처음엔 舍岩針法을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로서도 어떤 처방을 내리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일단 가서 땀을 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땀을 내면 津液이 枯渴되어 큰일나니까.
“땀을 낸 후 약숫물이나 오염되지 않은 물을 한 바가지씩 먹도록 하라”
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일주일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 아물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에 手太陽小腸經도 놓았다가
手太陰肺經도 놓았다가 여러 經絡을 건드려 보았더니 결국 다 낫더군요.
다 나을 때쯤에 참기름을 바르니까 더 좋더라고 했지만
피부병 치료에는 땀을 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안으로 옹저(癰疽)가 되어 패여 들어간 경우엔 문제가 좀 다릅니다.
피부병 얘기 나온 김에 피부병을 잠시 살펴보고 넘어갑시다.
피부병 치료에 무조건 加味되는 약인 淸肌散(中統 149번)을 보면
“治癮疹 或赤 或白瘙痒”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피부병에도 陽症과 陰證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부병의 증상 중 가려운 것과 아픈 것은
어느 것이 陰이고 어느 것이 陽이겠습니까”
가려움은 熱이 있는 경우이므로 陽에 속하겠지요.
이것을 瘙痒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드물긴 하나 피부에 통증이 심한 경우가 있지요.
이건 어쩌면 癌일지도 모릅니다. 위험한 경우지요.
그리고 피부병에는 發疹性 속으로 흠이 파지는 것과 水疱性이 있습니다.
수두와 두드러기를 같이 취급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發疹性이 되고 가려울 때는 생각할 것도 없이 發汗之劑를 써 주면 되고,
半陰半陽에 해당하는 피부병 즉
때로는 붉게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말짱했다가 또 좁쌀처럼 일어나기도 하여
陰陽을 종잡을 수 없을 때 바로 淸肌散(荊防敗毒散 加 天麻 薄荷 蟬退)을 씁니다.
이때 薄荷가 解熱之劑로서 頭痛에 쓰이는 약 (頭痛藥:升麻, 薄荷, 蔓荊子)이므로
꼭 피부병에 들어가는 약 선퇴(蟬退)는 熱 중에서도 濕熱이 있을 때 씁니다.
특히 그것의 모양을 보면, 피부가 푹푹 헐어 들어가는 경우에 특효약이 되지 않겠어요?
그런데 蟬退는 가벼우므로 2g이상 넣으면 안됩니다.
어떤 환자가 머리 비듬을 손톱으로 긁다가,
잘못되어 손톱독이 올라서 헐고, 머리숱이 다 빠져 버렸습니다.
일년 이상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다며 찾아왔더군요.
이 환자의 경우는 간단합니다.
荊防敗毒散에 蟬退를 넣어주고 경우에 맞게 加減을 하면 됩니다.
소화 안 되게 소화제, 두통에는 甘菊, 薄荷, 蔓荊子를 넣는데
한마디로 헐은 데는 끝내 주는 약입니다.
그러니까 무좀으로 오래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蟬退는 피부가 헌 데 특효임).
여러분! 담배 잎을 발바닥에 깔고 다니는 것과
소금물에 발을 담그는 것 중 어느 것이 무좀에 좋을까요?
담배 잎이 좋습니다.
소금물은 건성으로 발이 쩍쩍 갈라지는 경우 외에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또 마늘 대 삶은 물은 어떨까요?
“本草綱目”에는 없지만 이제 우리는 마늘 대 삶은 물이 무좀에 좋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래찜질과 진흙에 발을 담그는 것을 비교해 봐도
모래찜질이 무좀에 좋습니다.
어디에고 陰陽觀이 다 있습니다.
빨간 고추잠자리와 지렁이 중 뚱뚱한 삶의 精力補强에는 어느 것이 좋을까요?
말할 필요 없이 전자지요.
이것이 바로 오운육기를 공부한 결과입니다.
뚱뚱한 사람이 지렁이를 먹으면 도리어 정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여러분 독계산(禿鷄散)을 아세요?
빨간 고추잠자리에 참새 알 등등을 넣어서 만드는 精力制인데,
옛날 어느 할아버지가(古稀도 넘은) 약을 하나 지어 먹고는
밤만 되면 할머니를 밤새도록 괴롭히는 거였어요.
견디다 못한 할머니가 그 약을 할아버지 몰래 마당에 던져 버렸답니다.
그걸 수탉이 신나게 주워 먹고,
암탉 머리 위에 올라타고는 자꾸 머리를 쪼아대는데
가만히 보니 암탉 머리털이 다 빠지더래요.
그래서, 대머리 禿字, 닭 鷄字를 써서 禿鷄散이라고 불렀답니다.
뱀장수 이야기만 듣고 독사를 먹었는데
오히려 陽氣가 더 떨어졌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뱀은 냉혈동물이니까 뚱뚱하고 濕冷한 사람이 뱀을 먹고 정력이 더 떨어짐은
당연한 결과가 되겠지요.
그러나 마르고 건조하며 火氣가 있는 사람에게 濕冷한 뱀은 좋겠지요.
이 정도의 陰陽觀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東洋醫學者라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죽을병도 아닌데
자신의 몸을 위해서 동물을 마구 죽이는 것을 저는 반대합니다.
피부병 이야기 도중에 옆길로 샜군요.
“한마디로 일반적인 피부병에는 發汗요법, 헐은 데는 蟬退가 좋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피부병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더 상세한 것은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食傷(過食, 過飮)을 다스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發汗요법과 吐法이 그것입니다.
술이 과했을 때는,
뜨끈한 방에서 땀을 쭉 빼거나 사우나탕 같은 데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코에서 술 냄새가 풀풀 나면서 술기운이 날아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술이 취했을 때는 남의 술 냄새를 못 맡지만
내가 내 술 냄새를 느낄 수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그날 마신 술로 부터 자유로와지게 됩니다(거의 깼다는 뜻).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지금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화를 내는 그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觀心法 즉 ‘내가 화를 내고 있군! 이건 욕정이로군! 이건 시기・질투로군!’
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그 시기와 질투 욕정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술 먹고 깨는 데에 發汗요법이 좋다고 했는데
소주 먹은 다음날 아침 메뉴로 식혜가 좋을까요? 복매운탕이 좋을까요?
식혜가 좋겠지요.
그렇다면 맥주 마신 다음날 아침 메뉴로는 수정과와 매운탕 중 어느 것이 좋을까요?
매운탕이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운육기의 응용이지요.
過食傷・過飮傷에 發汗요법을 많이 씁니다만
많이 먹고 많이 마신 경우 吐해 버리는 것이 더 간단하지요.
제 친구 한 사람은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에도 테니스치고 정상적으로 출근을 합니다.
그 비결을 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자기 집 대대로 전해오는 비방이라고 緘口를 하더군요.
겨우 사정을 해서 들어보니,
우유에 소금을 타서 마실 수 있는 만큼 양껏 마시고 나서
그것을 다 토해 내면 된다고 하더군요.
다 토한 뒤에도 손가락을 넣어서 마른 구역질을 몇 번 더 하고 나면 깨끗해진다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대로 해 보았더니 정말 좋더군요.
嘔吐療法을 응용한 좋은 예입니다.
다음은 下法을 보도록 합시다.
병이 下焦에 있을 때는 下法을 쓰는데,
熱뿐 아니라 병이 대체적으로 下焦에 편중되어 있을 때에는 下劑를 씁니다.
대표적인 下劑로는 大黃, 枳實, 망초(芒硝)가 있고,
원만한 下氣之劑로는 木香, 빈랑(檳榔)이 있지요.
대변을 누고 일어서면 또 누고 싶고 또 누고 싶고 한 경우에는
木香, 檳榔이 특효약입니다.
下劑는 말 그대로 무게가 무거운 약입니다.
熟地黃을 적당히 쓰면 소화력이 부족한 사람의 中焦에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熟地黃을 한꺼번에 왕창 써버리면
걸림 없이 오히려 아래로 잘 밀고 내려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참으로 妙한 약이지요.
下劑로서 광물질인 것으로는 滑石, 石膏가 있습니다.
和法에 쓰는 和解之劑는
半表半裏에 병이 있어 寒熱이 왔다 갔다 하는데 쓴다고 했는데
紫胡가 그 대표적인 약이지요.
白芍藥도 다소 무겁고 收歛之劑이긴 하나 和解之劑에 속합니다.
甘味로서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는 甘草가 있지요.
감초는 너무 좋은 약이다 보니 國老라는 異名까지 있습니다.
즉 나라의 늙은 대신과도 같다는 말이지요.
특히 해독의 聖藥으로 甘豆湯이 있습니다.
이상으로써 아쉽긴 하나 汗吐下和 요법이
우리에게 쓰여지는 대표적인 경우를 간략히 짚어보았습니다.
이번엔 針의 治療大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針치료에 있어서 六經을 분별하는 공부는 했으니까
이제는 針運用의 원리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전에 공부했듯이,
“左病右治 右病左治, 上病下治, 下病上治가 있고 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라는
“內經”에 있는 원리도 있으며, 圓補方瀉(좌, 우회전 방향 차이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특수한 것으로 ‘抑其官’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官이란 항상 抑制하는 역할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면, 五行上 火인 心臟이 虛하면 火의 母인 木을 보해 주고,
火를 克하는 水를 瀉해 주면 兩手兼將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抑其官의 방법이지요.
이것은 “黃帝內經”에 있는 상식적인 공식입니다.
이것을 針灸學理論에 노골적으로 등장시킨 분이 바로 舍岩道人입니다.
“內經”의 치료법을 따르고 있으므로 그 정통성을 疑心할 여지가 없지요.
實則瀉其子의 예를 들면,
心臟이 實할 때 心臟經絡 자체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子를 瀉해 주면서 腎의 水를 북돋아 주면 心의 實한 기운이 깎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원칙에 의해서 正格, 勝格이 결정되는 데 虛할 때 補하는 것을 正格,
實할 때 瀉하는 것을 勝格이라고 이름 합니다.
여러분이 五行針法을 공부함에 있어서,
五兪穴만 외워서, 바로 공식에 대입하면 해답이 나옵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쓰는 足太陰脾經을 예로 들어 봅시다.
足太陰脾는 五行上 土이므로 이것이 虛하다면 火를 補해야 하는데
항상 火經의 火와 自經의 火 두 가지를 선택해서 補(正格)해야 되겠습니다.
그런데 火를 補할 때 火經의 火와 自經의 火 그리고 火經을 보면,
手太陽小腸經도 火經이고 手少陰心經도 火經인데,
足太陰脾가 陰經이니까 같은 陰經의 火인 手少陰心經의 火穴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心臟經絡의 流注는 새끼손가락 안쪽 少衝穴에서부터 極泉穴까지).
그런데 우리가 五兪穴을 알려면 陽經絡과 陰經絡의 순서부터 알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陽經絡은 金→水→木→火→土가 되고 陰經絡은 木→火→土→金→水가 됩니다.
혹시 이렇게 되는 이유를 아시는 분은 제게 좀 알려주십시오.
아무도 모르더군요.
이것도 여러분들이 연구를 해서 어떤 실마리를 한번 잡아보세요.
아뭏든, 手少陰心經은 陰經이니까 木→火→土→金→水가 되므로 木穴은 少衝,
火穴은 少府가 됩니다 (註 : 經絡의 流走를 보면서 읽으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만약에 여러분들이 各經絡의 井榮兪經合을 잘 모르더라도
經絡의 流注를 알고 처음 시작하는 穴에서부터 짚어나가면
대충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井榮兪經合이란 井에서 물이 졸졸 새 나오는 것 같다가
차차 영해로 흘러가는 것처럼 經絡의 에너지가 커지는 겁니다.
그러므로 井榮兪經合을 모르더라도 陰經絡, 陽經絡의 순서를 알면
취하고자 하는 穴자리를 대충 찾을 수 있습니다.
3.
穴자리는 조금 뒤에 取穴法에서 자세히 나옵니다만
아래 위(綜)로는 약간 틀려도 괜찮지만 좌우(橫)로는 절대로 틀려서는 안 됩니다.
기차가 정거장을 조금 지나치거나 조금 못 미쳐서 정차를 하게 되면,
내려서 조금 걷는 불편함은 있지만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기차가 레일을 벗어나서 흙 위를 달릴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러므로 經絡이 흐르는 선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針치료의 목표가 균형의 조화이므로 相合, 交相合, 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 등의 여러 가지 rule이 언급되는 것입니다.
“虛할 때는 其母를 보하고…”라고 말의 뜻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手少陽三焦經 正格을 보면 手少陽三焦經은 五行上 火지요.
60穴을 외우신 분은 이것을 공식대로 풀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正格은 補지요. 그러니까 木生火 원칙에 의해 木을 補해 주어야 하는데,
우선 중요한 것은 木經의 木穴과, 自經의 木穴을 補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手少陽三焦經이 陽經이니까 陽經 중의 木經을 찾아야 됩니다.
바로 足少陽膽經입니다.
膽은 五行上 木이지요.
또한 肝은 陰이고 痰은 陽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足少陽膽經의 木穴을 찾으면 됩니다.
膽經이 陽經이므로 金→水→木→火→土로 흐른다는 사실을 알면
곧 세 번째 穴이 木穴인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이내 臨泣穴이 탁 튀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정확히 세번째 穴을 찾기 위해서는 經絡의 시작과 끝을 잘 알고 있어야겠지요.
自經(手少陽三焦經)의 木穴을 찾으려면,
陽經이므로 金水木火土의 세번째 穴을 찾으면 되지요. 그것은 中渚穴입니다.
둘째손가락에는 陽明經이 흐릅니다.
그래서 둘째손가락에 마비가 온다고 하면
‘陽明經에 무슨 문제가 있겠구나’하는 추리가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金氣가 부족하니까 바람에 흔들리겠지, 중풍이 올 수도 있고…
‘이런 사람은 대체로 뚱뚱한 체질 일거야…’하는 추리가 될 것입니다.
또 이유도 없이 넷째 손가락이 아프다고 하면
‘혹시 몸이 冷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手少陽三焦經이 너무 실해서 몸이 더운 것은 아닐까?’
하는 추리가 가능하겠지요.
주먹을 쥘 때 무심코 엄지손가락을 손바닥 쪽에 집어넣어서
주먹을 쥐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요?
어떤 經絡을 補하고 싶은 걸까요?
나중에 각론에서 상세히 다룰 것입니다만,
이 사람은 수태음폐경을 보하고 싶은 겁니다.
즉 肺氣가 약한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의 장점은 자기가 제일이라는 의식이 없는 겸허한 사람입니다.
또 결코 남을 해칠 사람이 아니지요.
명상을 할 때, 엄지손가락에까지 어떤 힘이 쫙 뻗치는 느낌이 들어야 쉬라고 합니다.
엄지손톱에 팽팽히 氣가 모임을 느낄 때
冥想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어떤 증상이 왔을 때(삐거나 다치지 않았을 때도)
經絡반응이 강하게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손가락, 발가락(각 경락의 말단부)의 느낌을 가지고
그 해당 經絡의 이상 유무를 간파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手少陽三焦經 正格의 補하는 穴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瀉하는 穴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手少陽三焦經 正格의 穴자리를 모두 찾게 되는 것입니다.
瀉하는 穴자리는 水克火의 원리에 의해
水經(足太陽膀胱經)의 水穴과 自經(手少陽三焦經)의 水穴이 됩니다.
여기에서의 取穴은 六氣的 관점이 아니고 五行的인 관점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足太陽膀胱經도 陽經이므로 金水木火土로 짚어 나갑니다.
膀胱經의 水穴이 通谷穴입니다.
自經인 手少陽三焦經의 水穴은 液門이 되는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정리를 해보면,
手少陽三焦經 正格은 補가 臨泣, 中渚, 瀉가 通谷, 液門이 되는 것입니다.
五行針의 正格, 勝格은 무조건 암기를 하는 것보다
이렇게 원리를 이해하면 쉽고 또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 원리를 적용시키려면 60穴, 즉 12經絡의 井榮兪經合은 외워야 되겠지요.
새끼발가락 末端에 있는 至陰穴을 마음 놓고 사용하는 것은
이 五行針法밖에는 없습니다.
至陰穴은 눈물이 찔끔 나도록 아프기는 하나 효과가 아주 탁월합니다.
足太陽膀胱經을 補할 때 쓰는 이 至陰穴은 微熱정도는 그 자리에서 고쳐냅니다.
1985년에 의료봉사를 갔던 한 학생이 10년 된 방광염을
足太陽膀胱經과 手陽明大腸經으로 단 한 번의 치료로 고쳤다고 합니다.
이 五行針이 아니면 어떻게 그런 기가 막힌 효과를 볼 수 있겠습니까?
‘實則瀉其子’즉 實하면 그 자식을 瀉하라는 것을
手少陽三焦經 勝格으로 이야기 해봅시다.
手少陽三焦經은 陽經의 火經이므로 火經의 자식,
즉 火生土의 원칙에 따라 (土가 火의 子이므로) 自經(手少陽三焦經)의 土穴과
土經(足陽明胃經)의 土穴을 瀉하면 되지요.
自經의 土穴인 天井, 土經의 土穴인 足三里를 瀉하는 것입니다.
補하는 穴자리는 水克火의 원칙에 따라 水를 補함으로써
火를 克하는 힘을 크게 하면 상대적으로 火의 實한 기운이 덜어지겠지요.
그래서 自經(手少陽三焦經)의 水穴과
水經(足太陽膀胱經)의 水穴을 補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液門과 通谷을 補하는 것이지요.
종합적으로 보면 手少陽三焦經 勝格은 瀉가 天井, 足三里이고
補가 通谷, 液門이 됩니다.
여러분, 足三里穴의 得氣感이 어떤지 아세요?
이것만 얻어가도 여기 와서 졸면서도 앉아 있는 보람이 될 겁니다.
足三里는 둘째 발가락 끝까지 짜릿 짜릿한 느낌이 내려갑니다.
우리 舍岩針法에서 쓰는 穴은 기껏해야 무릎관절, 팔관절 이상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위험한 穴 5~6군데를 제외하면 전혀 사고의 염려가 없습니다.
또 위험한 穴은 代用穴이 있기 때문에 代用해서 쓰면 되지요.
그래서 제가 舍岩針의 안전성을 올림픽위원회에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86아시안게임이나 88올림픽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이 나라 제도가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더군요.
이 좋은 기술을 외국인들에게 알림으로써
한국의학의 우수성도 인정이 되고 국위선양도 될 텐데, 아쉬운 일이지요.
우리 한방의 설움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여러분들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한의학도들 정말 공부 안 하는 겁니다.
제가 남쪽의 어느 해변 가에서 잠시 살 때
그 동네 한약방 하시는 할아버지들과 참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느 날 그 할아버지들끼리 “方藥合編”외우기 내기를 하더라구요.
한 할아버지는 방약합편을 7번 외우고 7번 태워서 그 재를 먹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열정으로 공부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정말 존경스럽지 않습니까?
저는 사실 처음엔 그 할아버지들을 속으로 은근히 무시했었습니다.
‘위궤양도 모르고, 바이러스 A형 간염도 모르는 무식쟁이들이로구나’생각했는데
그 이후로는 그만 기가 팍 죽어 버렸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다른 할아버지에게
“六鬱湯(下統 39번)을 외워 보게…”하니까
“香蒼蒼麯梔 翹陳하야 芎苓母枳蘇甘이라”
이런 식으로 줄줄 외우는데 기절할 정도로 놀랬습니다.
심지어 牛黃淸心元(中統 7번)같은 藥을 다 외우더군요
(牛黃淸心元 중의 大豆黃卷이란 약은 콩나물을 말하는 것임).
中統 19번 人蔘敗毒散을 보면 杏林書院 책에는 薄荷少許가 빠져 있는데,
이런 것까지 지적하시더군요.
杏林書院刊 “方藥合編“을 갖고 계신 분은 薄荷少許를 써 넣으세요.
敗毒散에 雙和湯을 合方하면 雙敗湯이 됩니다.
부작용이 많으니까 인삼은 주로 빼지요.
뭔지 잘 모르면 雙敗湯을 쓰시면 됩니다.
뚱뚱하면 藿香正氣散(中統 14번), 말랐으면 雙和湯이나 六味地黃湯,
남녀불문하고 뚱뚱한지 말랐는지 분간이 어려울 때는 雙金湯이나 雙敗湯이 좋습니다.
針灸治療法에는 “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 圓補方瀉, 補其官, 抑其官” 이외에
迎隨補瀉法이 있습니다.
이것은 經絡의 흐름을 따라 침을 꽂으면 補가 되고,
經絡의 흐름을 거슬러 꽂으면 瀉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들 이 迎隨補瀉에 대한 것은
많이 들어서 잘 안다고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體針法 공부하고 나서 얇은 머리털 같은 침으로 제대로 迎隨補瀉나 하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지요.
圓補方瀉와 迎隨補瀉, 그리고 ‘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針法의 90%는 터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補瀉法에는 子午流注法, 靑龍擺尾法, 白虎搖頭法, 龍虎交戰法 등 수없이 많은데
저는 솔직히 잘 모릅니다.
또 옛날에는 括針이란 것이 있었는데
이 針은 針柄이 울퉁불퉁하여 긁기 용이하게 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긁으면 補, 아래에서 위로 긁으면 瀉가 된다고 합니다.
舍岩針은 굵은 針을 사용한다고 하니까,
세 살 먹은 어린애가 왔는데도 굵은 針으로 쿡 쑤셔서
피부는 물론이고 혈관까지 구멍을 뻥 내면 되겠습니까?
또 세 살 먹은 어린애 맥 본답시고 세 손가락을 얹으면
거의 팔뚝까지 세 손가락 안에 들어오는데 脈이 올바로 잡히겠어요?
안되니까 눈도 뒤집어보고, 손금도 들여다보고, 엎었다가 뒤집었다가 하면,
아이가 더욱 울기만 하겠지요. 참 어리석지요.
반면에 환자가 밀리고 바쁘다고
맥도 보지 않고 침대에 눕혀서는 침을 꽝꽝 꽂는다면 이것도 문제가 큽니다.
침을 사용하기 전에 환자와 의사의 커뮤니케이션을 생각지 않으면 안 됩니다.
針을 놓는 것은 마치 男女交合과 꼭 같다고 했습니다.
한편의 드라마가 완성되려면 상황 상황에 맞는 연출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愛撫도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迎隨補瀉이나 圓補方瀉를 모른다면 아예 침통을 갖다 버려야 됩니다.
六經의 흐름과 성질도 모르고 五行針法의 補瀉를 모르면서
그저 몇 가지 외워 針을 놓는다면 실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침을 꽂았는데 침병이 빙글빙글 헛도는 경우가 있지요.
그것은 得氣가 되지 않은 때문이지요.
낚시를 할 때, 입질을 하는 그 순간을 電光石火와도 같이 낚아채는
민감성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得氣가 되었는지조차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녀가 성행위를 할 때
“남자는 좌측으로 돌아가고, 여자는 우측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남자가 여자의 陰氣를 빼앗아 보충시킨다는 말입니다.
또 여자는 陽氣를 보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陰과 陽을 취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陰도 아니고 陽도 아닌 꽃이 하나 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無我(오르가즘)입니다.
그런데 이 무아는 두 사람 서로의 생각에서부터 육체에 이르기까지
분리의식 없이 사랑할 수 있어야 느낄 수가 있습니다.
특히 남자가 여자를 폭군 식으로 다루면 절대 안 됩니다.
針暈症이 바로 이런 원인으로 옵니다.
무의촌에 봉사하러 가서 환자는 많은데 시간은 없고 또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니까
마치 도살장의 백정처럼 환자가 숨 돌릴 여유도 없이 푹 찔러댑니다.
그러니까 針暈이 포르륵 생기는 것이지요.
그것은 환자의 긴장감이나 상태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침을 놓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針이란 찌르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병을 낫게 하는데 그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에너지를 조정해서 조화를 맞추어야 합니다.
따라서 피부의 밀도, 淺深, 피부의 厚薄, 근육질의 탄력성 등을 고려해서
침의 굵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중학생이 오면 실 침을 써도 좋고,
근육질로 몸집이 큰 사람이 오면 굵은 침을 써야 되지 않겠어요?
이런 테크닉에 관한 것도 앞으로 차차 말씀 드리겠습니다.
거듭 강조 드리거니와 평생 동안 이 迎隨補瀉, 圓補方瀉를 잊으면 안됩니다.
어떤 사람이 체해서 왔다고 합시다.
이런 경우 體針法에서는 四關을 놓지요.
四關이란 合谷과 太衝穴인 데 이때 合谷을 補해야 될까요, 瀉해야 될까요?
“針灸甲乙經”과 같은 경전을 보면,
한 穴로써 특별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경우를 접할 수 있는데
五行穴이나 다수의 取穴을 하지 않고
이 하나만을 선택한 穴을 補해야 할지 瀉해야 할지 아십니까?
崑崙穴을 예로 들어봅시다.
崑崙穴은 腰痛에 특효인데, 대체 이 혈을 補해야 할까요? 瀉해야 할까요?
頭痛에 足三里는 補합니까 或은 營합니까?
이걸 따지기 전에 잠시 萬病通治穴인 足三里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지난 번에 足三里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3만여 가지라고 말씀 드렸듯이
“뭔가 잘 모를 때는 足三里를 用해라”라는 말도 있지요.
그 적응 病症을 한번 열거해 봅시다.
멀미, 설사 같은 消化器病, 腰痛, 脇痛에도 좋지요.
또 특히 頭痛에는 聖穴입니다.
왼쪽 두통에는 오른쪽 혈, 오른쪽 두통에는 왼쪽 혈에다 시술하는데
補・瀉만 잘 선택하면 잘 낫습니다.
그리고 관절염, 신경통, 근육염, 脚氣證 등
일체의 다리 병에도 좋고 肩臂痛에도 좋습니다.
오른쪽 어깨가 아프면 왼쪽혈,
왼쪽 어깨가 아프면 오른쪽 足三里穴에다 침을 놓습니다.
그런데 잘 낫지 않는 것이 두통이지요.
두통, 浮腫, 中風, 喘息 따위는 정말 잘 낫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통도 舍岩針法을 공부하고 나면 50% 정도는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풍은 역시 舍岩針法을 공부해도 쉽지 않더군요.
여러분들이 다른 곳에서 體針法을 배울 때
“체했을 때에는 무슨 穴을 補하고 어떤 穴을 瀉하라”고 외웠다고 해도
그 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그 穴이 존재하는 經絡의 성품을 무엇보다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合谷穴은 手陽明大腸經의 原穴이지요.
말하자면 合谷穴 하나가 手陽明大腸經의 모든 성품을 다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合谷穴에 침을 놓으면 침훈이 자주 발생합니다.
合谷, 太衝穴을 놓다 보면 쓰러지는 사람이 많이 생깁니다.
手太陰肺經이나 手太陽小腸經을 맞다가 쓰러지는 사람은 없어도
足太陽膀胱經이나 手少陰心經을 맞다가 쓰러지는 경우는 더러 있습니다.
왜냐하면 上과 下,
즉 五運과 六氣가 서로 똑같이 마주치는 臟腑이어서 성품이 강렬하겠지요.
그래서 手陽明大腸經의 성품을 모두 간직한 合谷穴에 針을 놓을 때
針暈이 많은 것입니다.
이 太衝, 合谷을 놓고 싶은데 補・瀉를 잘 모르면 그냥 꽂아 놓고 가만히 있으세요.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제일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補瀉法을 쓴다고 하다가는 자칫 큰일나지요.
天符臟의 原穴에 해당하므로 무시무시한 穴입니다.
그러므로 迎隨補瀉를 함에 있어서도 經絡의 내용물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針暈을 자주 초래하게 되지요.
補瀉 또한 체질에 따라서 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환자의 이미지를 읽지 않고 오직 증상만 보지요.
대장염이라고 하면 ‘大腸正格을 써야 되겠군’
위궤양이라고 하면 ‘胃腸正格을 놓아야 되겠군!’ 이런 式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느 經絡을 선택하기 전에
어떤 이미지의 어떤 체질의 사람인가를 머리속에서 떠올려야 합니다.
시시한 合谷穴 하나 선택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해야 되는데
陽明經을 선택했다는 것은
체했든 어쨌든 비대한 사람이라는 전제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각 經絡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연구한 그 裏面에는 이런 뜻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른 사람이 왔으면 陽明經을 瀉해 주고,
뚱뚱한 사람이 왔을 때는 陽明經을 補해 주어야지요.
足三里도 마찬가지입니다.
足三里는 土經의 土穴이므로 足三里를 놓게 되면
手陽明大腸經을 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쩍 마르고 건조한 사람에게 足三里를 자꾸 보해 주면,
陽明經을 補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러므로 針을 놓을 때는,
經絡자체의 성격과 經絡의 流注, 환자의 몸이 뚱뚱한가 말랐는가,
찬가 더운가, 그리고 병이 表에 있는가 裏에 있는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때에도 迎隨補瀉가 유용하게 쓰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한 穴을 取하더라도 迎隨補瀉를 따라 주세요.
任脈과 督脈에 있어서의 迎隨補瀉도 윗입술이 얇고 아랫입술이 두터운 사람 즉
선천적으로 任脈이 발달되고 督脈이 허한 사람에게는
任脈을 瀉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의 瀉針이 곧 迎隨補瀉라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께서 體針法을 공부하신 것 중에,
기침, 천식이 생겼을 때 任脈 중에서 단방으로 한 穴을 取한다면
어떤 혈을 취하겠습니까?
보통 天突穴을 많이 쓰지요.
이 天突穴의 위치는 아담이 사과를 먹다가 목에 걸렸다는
‘Adam’s apple’이라는 곳 밑에 움푹 패인 함입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곳을 補해야 될까요 瀉해야 될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기침이 나고 숨이 가쁘고 한 경우는 몸이 뚱뚱하든 말랐든지 간에
氣가 上氣될 것이므로 체질을 불문하고 瀉해 주어야 되겠지요.
여기서 잠깐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천돌혈에 針놓는 방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천돌혈에 침을 놓을 때 굵은 침으로 깊숙히 찌르면 큰일 납니다.
잘못하면 氣道에 빵꾸를 냅니다.
그러니까 經渠나 太淵穴 놓을 때와 마찬가지로 피부를 잡고,
피부쪽으로 눕혀서 침을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陰이 實해서 水氣가 많기 때문에
계속 헐떡헐떡하는 사람은 조금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때그때 임의 용지 하시되,
天突穴의 경우와 같이 무조건적으로 迎隨補瀉가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또 하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정한 계획이나 순서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강의 중간에 처방 얘기 하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좋은 처방 공부가 되리라 여깁니다.
淸上補下丸(上統 52번) 이것은 저희 집에서 기본방으로 즐겨 씁니다.
“治哮吼 遇寒卽 發咳嗽 痰涎上壅 喘急 久不差”
六味地黃元에다 五味子, 枳實, 麥門冬, 天門冬, 貝母, 桔梗, 黃蓮,
杏仁, 半夏, 과루인(瓜蔞仁), 黃芩, 甘草가 들어가는데,
六味元은 腎水를 보충시키고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이 다 들어 있지만
주로 신맛이 많으므로 거두어들이는데 쓰므로 역시 水氣를 보충시키고,
枳實은 下氣시키는데 쓰지요.
하기시키는 약으로는
大黃, 芒硝와 같이 下氣는 물론 설사까지 시켜버리는 무서운 것도 있고,
檳榔・木香과 같이 서로 항상 따라다니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喘息을 치료하는 약이 있는데 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은 痰喘에 用하는 蘇子導痰降氣湯(下統 37번) 蘇子입니다.
淸上補下湯은 마른 사람을 補하는 약이고
蘇子導痰降氣湯은 통통한 사람의 천식에 쓰는 것입니다.
마르고 허약하고 진액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한 모금을 먹이더라도
淸上補下湯을 먹여야 됩니다.
약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면 소화제도 듬뿍 넣어서 처방하세요.
나무를 키울 때 날씨가 건조하여 나무가 바짝 말랐는데
갑자기 물을 한 바께스 씩 먹이면 죽습니다.
그렇다고 물을 주지 않아도 죽게 되지요.
그러므로 치료에 있어서 처방의 大小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항상 나무 키울 때를 연상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淸上補下湯을 쓰려는 환자에게 舍岩針法을 쓴다면
어느 經絡을 사용하리라 생각하세요?
手太陰肺經을 많이 씁니다.
太陰濕을 보충시켜주면서 少府, 魚際穴로 火氣를 내려 주는 거지요.
淸上補下湯에 手太陰肺經을 잘 활용하시면 웬만한 老人性喘息도 잘 듣습니다.
일반적으로 숙지황을 소화가 되지 않는다며 빼는데 저는 과감하게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저는 엿을 즐겨 씁니다.
甘味가 어느 經絡으로 入經한다고 했습니까?
太陰經이지요.
여기에다가 환자의 눈빛을 봐서 色火가 있어 보이면 知母, 黃栢을 조금 넣고,
숨이 찬 경우에는 소자도 쓰지요.
그런데 몸이 말랐으니까 貝母와 半夏는 빼는데,
이것도 환자에 따라 패모를 조금 넣는다거나 과루인을 넣습니다
(과루인은 頑痰을 치료한다고 했지요).
과루인과 패모, 반하는 증상에 맞게 잘 구별해서 쓰세요.
길경은 목의 痰을 없앨 뿐 아니라 消炎劑 역할도 합니다.
黃蓮은 解熱劑, 杏仁은 肺氣를 통하게 하고,
황금이 해열제로 들어가는 이 淸上補下湯을 다른 것에 비유한다면,
식혜에다가 木果 좀 넣고, 수분이 너무 많은 음식이므로
강정이나 튀밥 정도를 함께 내놓는 그런 처방입니다.
이것 참 기가 막힌 효과를 나타냅니다.
舍岩針法을 공부한 사람들은
補도 아니고 瀉도 아닌 엉거주춤한 침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항상 補瀉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淸上補下湯을 배웠다고, 엇비슷한 환자만 와도,
上氣 되고 숨이 가쁘다고 하면 무조건 淸上補下湯을 쓰려하지 말고,
이 湯 속에 든 약을 충분히 이해함에 우선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蒼朮, 陳皮, 厚朴, 半夏, 南星 등의 종류가 들어가면
“아하! 이 약은 뚱뚱한 사람에게 쓰는 것이로군!”
또 熟地黃, 麥門冬, 天門冬, 이런 것이 들어가면
“이건 마른 사람에게 써야겠군”하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陰陽을 아는 사람이지요.
마른 나무에 물을 한 바케스 부어 주면 죽는 경우라도,
물 뿌리개로 살살 물을 주다가 뿌리가 내리면 왕창 주어도 괜찮지요,
그러므로 마른 사람 (특히 진액이 고갈된 사람)에게 淸上補下湯을 지어 줄 때,
처음에는 한두 숟갈씩만 먹으라고 해야 됩니다.
숨을 헐떡거리는 사람에게 약을 달여서 듬뿍 먹여보세요,
다 토해 내게 됩니다. 처음엔 촉촉하게 적셔야지요.
약의 양을 조절해서 먹이라고 의사가 얘기해 주지 않으면 환자가 알 수 없지요.
또 잘못 가르쳐 주어도 그대로 따르기 마련입니다.
삭은 보자기에 무거운 돌을 담으면 보자기가 찢어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약도 처음부터 무거운 약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燥한 사람에게 重劑를 쓸 때에는 항상 약의 양을 일러 주어야 합니다.
한 첩으로 하루를 먹도록 하라든가 이틀을 먹도록 하라는 식으로 하다가
적당한 기간이 지난 뒤에 정상적으로 복용하도록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통통한 사람에게 蘇子導痰降氣湯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半夏를 4~5돈씩 많이 넣으면 안 됩니다.
자칫하면 목구멍이 조여 붙게 됩니다.
서서히 물길을 터 주어야지요.
여러분들이 해열제를 쓸 때도 그렇습니다.
불이 활활 타고 있는데 물을 갑자기 확 끼얹어 보세요.
뜨거운 수증기가 일어나 몸을 상하게 됩니다.
몸이 冷한 사람에게도 附子 같은 약을 한 냥씩 쓰면 죽고 맙니다.
‘이상하다. 熱에는 寒, 寒에는 熱藥을 쓰라고 해서 陰陽을 맞추었는데 왜 이럴까?’
병이야 나을지 모르지만 환자를 죽이는 바보짓을 하면 안 됩니다.
冷한 사람에게 附子를 쓸 때에도
처음에는 5分, 차차 1錢, 1錢 半으로 늘이면서 따뜻하게 데워야 합니다.
참으로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겨울철 얼어붙은 유리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보세요. 유리컵이 깨어지지요.
몸이 찬데 갑자기 뜨거운 걸 넣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이렇게 무기체도 갑작스런 온도의 변화에는 깨어지는데
유기체인 우리 인간이야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열병에 찬 약을 쓰는 것도 꼭 같은 이치입니다.
黃蓮, 黃芩, 黃栢, 香附子, 紫胡 같은 類의 약으로 서서히 식히다가
나중에 大黃을 쓰는 겁니다.
처음부터 大黃을 서너 錢 넣으면 죽기 쉽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중요성은 앞으로 계속 강조하겠습니다.
이번에는 左病右治, 右病左治, 上病下治, 下病上治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앞에서도 말씀을 좀 드렸었는데 실제 임상에서 많이 활용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경희대학교 다닐 때 針灸學을 강의하시던 한 교수 분은
오른쪽 관절염 환자가 오면 왼쪽 귀 두에 있는 翳風穴을 놓더라구요.
그때 補瀉를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또 왼쪽 무릎이 쑤신다고 하면 오른쪽 귀 뒤의 翳風穴을 놓는데
신기하리만치 잘 나았습니다.
이러한 일종의 奇方도 이론의 근거는 시이소오의 이론입니다.
한쪽이 기울어졌을 때 그림 2를 올리는 것 보다 1을 내리는 것이 쉽다는 이야기지요.
이것은 침이나 經絡에만 국한되는 내용인 것만은 아닙니다.
男左女右란 말도 남자는 좌측, 여자는 우측으로 침을 놓는다는 것인데,
병이 좌측에 있을 때는 우측을 놓고,
병이 우측에 있을 때는 좌측에 침을 놓는 것이 공식이고 치료효과도 빠릅니다.
특히 口眼喎斜나 중풍일 경우엔 이걸 꼭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강조를 거듭하는데 곧잘 잊어버리거나,
조금 놓다가 잘 듣지 않는 것 같으니까 補瀉를 바꾼다거나
穴의 선택에 대한 연구를 해 볼 생각은 않고,
급한 마음에 ‘에라! 모르겠다’하고는 아픈 쪽 안 아픈 쪽 다 꽂고
생각나는 대로 여기 저기 꽂아 대기 일쑤입니다.
그리하면 舍岩針法이 몸에 익기도 전에 혼란이 오고,
자신을 잃게 되어 중간에 포기를 하게 됩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모두 실천적이고 실제적인 것들이므로
지나쳐 흘려듣지 마시고 깊이 새겨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씀드린 圓補方瀉, 迎隨補瀉, 左病右治, 右病左治, 虛實補瀉,
또 “內經“에서 언급된 “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 抑其官, 補其母“등
이런 치료의 大法을 어느 것 하나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선 이것만 충분히 아신다면 100점 만점에서 90점을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子午流注法 따위는 여러분 스스로 연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舍岩針灸要訣” 뒷쪽 樂浪老夫施針歌의 25번을 보면
“子午之法勿論하라 舍岩經之最宜라”
“子午流注法을 가지고 자꾸 따지지 말라.
舍岩針法이 최고로 마땅하니라”고 씌어 있습니다.
저도 子午流注法 등의 다른 기법은 모릅니다.
여러분들도 우선 제가 지금까지 말씀 드린
針灸治療大法을 숙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십시오.
그리고 “舍岩針灸要訣”에 있는 樂浪老夫施針歌를
여러분들로 하여금 외우도록 해서 시험을 치로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니 미리 좀 봐 두시기 바랍니다.
이 樂浪老夫施針歌에는 針치료 방법에 대해서 나와 있습니다.
“左手探基穴處하여 以爪摺而切十하라, 右之手方持針하고 珍重下而淺深이라” 즉
“왼손으로 그 穴處를 탐지해 가지고 손톱으로 눌러서 取穴을 하고
오른손으로 淺深을 가려서 珍重하게 찔러라.
補法은 淺으로부터 深에 입하고, 瀉法은 깊게 찔러서 얕게 뽑아내고,
손톱으로 눌러서 하침하는 것이 補가 되고, 손톱으로 눌러서 뽑는 것이 瀉가 된다”
“輕輕批者無痛이요 急急批者有痛이라” 즉
‘살살 비비면 아프지 않고 급히 비비면 아프다’라고 했는데,
補瀉를 한답시고 급하게 침을 돌리면 섬유질이 휘감겨서
나중에 침이 빠지질 않습니다.
이때 확 잡아 뽑으면 침이 뚝 부러지고, 살 속에 박혀서 계속 부어오릅니다.
무의촌 봉사가면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살살 비벼서 氣를 서서히 집어넣는 심정으로 해야 합니다.
또 瀉할 때는 잡아 뽑는 기분으로 가볍게 해야 합니다.
이것을 용이하도록 습득하는 데에도 최소 5년은 걸린다고 합니다.
쉬울 것 같지요? 쉽지 않습니다.
특히 덜렁덜렁한 성격의 사람들은 더욱 어렵습니다.
모쪼록 호흡을 죽이고 珍重하게 해야 됩니다.
“손님을 대하듯이 극진하게 공경하고 맹수를 때려잡듯이 私를 두지 말아라
(對貴賓者極敬이요 摶猛獸者無私)”라는 말은
針을 놓을 때 친척이라고 봐주고 친구나 아는 사람이라고 봐주는
그런 私를 두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고관대작이 와서 살살 놓아 달라고 한다 해서 가느다란 침으로 톡 놓고는
“안 아프시죠?”
“네, 안 아프군요”
30분쯤 후에 침을 뽑고 나서
“어때요?”
“針은 아프지 않은데 병이 낫질 않는군요…”
이런 경우를 연출시키지 않도록 하세요.
약도 마찬가집니다.
환자가 와서
“제가 약을 좀 볼 줄 아니까 잘 지어주세요”한다고 해서
그저 이쁘고 보기 좋게 지으려고 熟地黃, 枸杞子, 麥門冬, 五味子,
山茱萸, 黃精, 감인(芡仁), 금앵자(金櫻子), 金銀花, 肉從蓉 등
온갖 색깔 좋은 약을 다 넣어서 colorful하게 지어 주면 보기는 좋은데
옳은 처방이 되겠습니까?
이것은 私 즉, 아부하는 마음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병을 때려잡는 군인입니다.
적군을 때려잡는데 私를 두어서야 되겠습니까?
또 약을 맛으로 먹어서야 되겠어요?
“다른 집 약은 맛있고 향기롭던데”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 부모님이 비대하신데
녹각교(鹿角膠)를 몸에 좋으라고 잡수신다면 당장 말리세요.
鹿角膠는 陰中의 飮藥입니다.
그럴 때는 차라리 튀밥이나 사 드시라고 하세요.
이런 경우는 鹿角膠보다 튀밥이 훨씬 補藥이 됩니다.
또는 五積散이나 藿香正氣散과 같이 깎아내리는 약을 써야 합니다.
여러분 梔豉湯(下統 11번)이라고 아세요?
豆豉와 豆鼓가 들어가는 梔鼓湯이 있는데 豆鼓가 메주이므로
이 탕을 아무리 잘 지어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것은 여자들 鬱病에 좋은 탕입니다.
그런데 거만하고 돈 자랑하는 환자에게는 貼당 5천원씩 받아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의사지 건재약방을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환자에게 “이 약은 원가가 얼마이니 제게 2할만 붙여주고 가져가세요”
이게 약장수지! 의사입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지혜, 우리가 공부하는 陰陽觀 등
이런 것을 배우는 우리는 정말 고급인력입니다. 바가지를 씌울 때는 씌워야 됩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공짜로 주면 되지 않겠어요?
이런 運營을 의사는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군의관으로 군대를 갔다고 하면 전투에서 고립이 되어 먹을 것이 없어도
어떠한 풀뿌리나 나무껍질을 먹어야 될지를 지도할 수 있을 것이며,
공중 낙하 시 삔 곳이 있을 때 즉석에서 針으로 치료를 해 줄 수 있는데,
軍陳醫學에서 우리의 지혜와 좋은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구두나 닦게 하거나 취사장에서 밥이나 짓게 하여 6년 공부를 死藏시키고 있습니다.
제 친구가 군대 갔을 때 어느 중위계급을 단 장교가
“야! 이리와 이 구두 좀 닦아!”
구두를 닦다가 위를 딱 올려다보니 우리하고 같은 학교에 다니던 동문이더라나요!?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기술이 제도에 묶여 썩히는 것은 사실이나,
반면에 우리는 학창시절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지요?
행정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욱 이를 악물고 연구를 해서
양방의사들을 꼼짝 못하도록 학문을 자꾸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국민들에게 홍보가 되고, 외국에서 한국의 한의학을 배우러 오게 되고,
그러면 정부관리들이 뭔가를 느껴서
한의학에 행정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고 떠들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꾼이 되어야지
‘한의사 가운데에서 국회의원이 나와야된다’는 등의 노력다툼은
아주 우스운 이야깁니다.
우선은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慧眼을 길러야 합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낯선 식물이라고 냄새를 맡아보고, 색깔을 보고,
뿌리와 줄기의 비율을 보고도 ‘아하! 이것은 어디에 쓰겠군.
어떤 사람에겐 쓰면 안 되겠군’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어야지요.
아프리카 같은 나라에 가서,
그곳의 어떠한 식물을 보고서라도 약성과 효능, 작용 등을 펼쳐 놓으면
여러분들이 바로 아프리카의 神農氏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한의학의 발전은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세요.
“昏到한 卽時에는 겁내지 말아라,
三里를 補하면 곧 깨어난다
(昏到卽時勿惧하라 補三里而卽醒이라)” 三里가 이렇게 좋은 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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