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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5 소서노(召西奴)

 

 

동명 <소>황후는, <연타발>의 딸이니,

그 어미 <을류>가 서쪽을 향하여 부르는 봉황새를 꿈꾸고서 낳았기에

<소서노>라 이름을 지었다.

 

후는 어릴 적부터 단정하고 깔끔하였으며 지혜가 많고 정사 보기를 좋아하여,

<연타발>이 병들어 누워있으매 어미와 더불어 졸본을 함께 다스리다가,

<추모>가 말갈을 정벌하여서 순노를 흥하게 하시매,

후가 보건대 대세가 심히 명백한지라 자신의 정부를 쫓아내고

상과 더불어 혼인하였더니.

 

<마리>는

'미모가 활짝 핀 꽃과 같고 깔끔하기가 은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 같다.'고 하였고,

 

<협보>는

'꾸며진 미소로 아양 부리는 것이 음란함을 좋아할 것 같아서

성인의 배필로는 마땅하지 않다.'고 하였었더니,

 

후는 이 일로 <협보>를 미워하였었으나,

<추모>께서 <협보>를 아끼는 까닭에

<추모>께서 살아계신 동안엔 <협보>를 멀리할 수 없었으며,

함께 정사를 보면서도 한 번도 입을 열어서 웃은 적이 없었고,

<협보>는 후의 속내를 살펴서 후의 뜻을 말려보려고

동궁을 바꾸던 때에 홀로 후의 편을 들었어도 후는 끝내 화를 풀지 않았으며,

이에 새 임금에게 거스르는 것을 보더니만 끝내 <협보>를 그만두게 하였다.

 

허나, <협>의 주장은 정성이었고 헛된 것이 아니었던지라,

<추모>는 매번 후와 합환할 때면 연이어 여러 날을 하더니만,

필경엔 몸이 축이 간 적이 많았었으니,

아마도 후는 짝이 있기만 하면 힘을 다하였기에 면하기 어려웠었음이라.

 

정사를 살핌에서는 능히 단호하여 규정을 어기지 않았던 까닭에,

관리들이 마음대로 문서를 주무르지 못하였으며,

백성들도 감히 법을 어기지 못하였더니,

 

<추모>께서 항상 그 재능을 칭찬하며 이르시길

 

“<여상>의 재주와 <소하>의 능력으로도 어찌 내 처를 당할 수 있으랴?

 

안으로는 <소>처와 <협보>가 있고 밖으로는 <계루>와 <오이>가 있으니,

내가 무엇을 걱정하랴!"라 하시고는

 

백성을 살피고 곡물을 관장하는 일을 한꺼번에 위임하셨더니,

주와 목의 보임들을 후가 모두 쫓아내거나 보직하게 되어서

졸본 사람들이 많이 조정에 등용되었고

다른 이들은 미치지 못하였던 까닭에 원성이 들리기 시작하여서,

<추모>께서 균등하게 등용하고 화를 풀라고 명하셨으나,

필경 이 일로 동궁을 바꿀 적에 크게 패하고 우양으로 돌아갔더니,

 

<추모>께서 <오이>와 <마리>에게 이르시길

 

“<소>후가 국정을 잡은 지 19년에 국사의 다수가 그 손에서 결정되었고

많은 인물들이 그 휘하에서 나왔으니,

폐위하면 변란이 생길 것이고 주살하는 것은 실상 감내할 수 없는 일이오.

 

어찌 내가 <유철>이가 한 짓을 할 수 있겠소이까?!

 

나는 <소>후를 <유리>에게 처로 주어서,

내가 죽은 후에 2세후로 만들어서 그녀의 통치를 계속하게 하려는 즉,

한편으로는 그녀의 마음을 안심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새 임금을 돕고

한편으로는 그녀의 자녀들을 지켜주고자 함이니

일거에 세 가지를 얻게 되는 것이오."라 하셨더니,

 

<오이>가 아뢰길

“진정한 성덕을 베푸시는 일이시오며, 만대토록 법으로 삼을 만 하겠사옵니다."

라 하였다.

 

이에, <을음>을 안으로 불러들여서 이르시길

 

“나는 그대의 여동생을 동궁에게 내려주어서 2세후로 만들려하니,

빨리 불러서 오게 해야 할 것이오.

 

오지 않으면, 그대 등이 씨족 모두를 죽게 할 것이오."라 하였더니.

 

연타발(을류) - 소서노(BC66-BC6)

을족(을류) - 을음(BC57?-23)

<을음>은 <소서노>의 동복 동생이다. 

 

<을음>이 가서 이해득실을 알렸더니,

후는 제의 성품을 알아서 속임수가 없음을 알고는 속으로는 비록 뛸 듯이 기뻤으나

얼굴에 티를 내지 않으면서 천연덕스럽게 말하길

 

“내가 <왕장>이 아닌데, 내 어찌 <막거>를 부린단 말이오."라 하였더니,

 

<을음>이 말하길

 

“자네가 가지 않으면, <대방>이 필시 2세후가 될 것이니,

우리 족당들은 모두 죽은 목숨일 것이오."라 하였더니,

 

후가 이에 돌아와서 제를 배알하니,

제께서는 <유리>를 불러서 <소>후를 하사하시면서 이르시길

 

“개국원훈이고 치세에 능한 신하이니,

너는 이 사람을 처로 삼지 않고서야

어찌 지난날을 학습하여서 새 것을 깨우칠 수 있겠느냐?

 

2세후로 삼아서 내 뜻을 익히고 죽을 때까지 그를 사랑함을 변치 말아야 할 것이다."

하셨더니,

 

후가 아뢰길

 

“부부의 도리는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사는 것이라 하였거늘,

당신께서는 어찌 이 같이 망령스런 말씀하십니까?"라 하였고,

 

제께서는

 

“그대는 필부의 처가 아님인데, 어찌 그대가 마음먹은 대로만 할 수 있겠소이까?

 

이는 사직을 위한 큰 계책이니, 그대는 응당 사직을 위하는 처가 되어야 할 것이지,

<상해>의 사사로운 처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오."라 하시고는,

 

인하여 <유리>에게 이르기를

 

“나도 생전에 <도>씨와 상통하였었음이니,

너 또한 데리고 가서 상통하여 나로 하여금 즐거운 소식을 듣게 하여라."

라고 하셨더니.

 

<유리>가 데리고 가서 은혜를 베풀고자 하였더니,

후는 도리어 제의 환후가 낫고 혹시나 이 일로 총애를 잃을까 겁을 내면서

 

<유리>를 설득하길

 

“첩이 이미 동궁의 처가 되었는데 감히 승은을 입으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오나,

성상의 기후가 이러하니 서로 흠뻑 은총을 입을 때가 아닌 듯합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부황(夫皇)께선 조금만 기다리소서.

 

천자께서는 삼가 화목하셔야 함이고, 구차하셔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라 하였더니,

 

<유리>도 그리 여기고서 국사를 의논하며 밤을 새우매,

후는 짙게 단장하고 음정을 흘려서

<유리>로 하여금 정신이 아득하여 쓰러지게 한 적이 여러 번이었으며,

연후에 <온>로 하여금 데려가게 하여놓고,

자신은 제의 곁으로 갔었더니. 제께서 이미 혼인하였는지를 물으셨더니,

 

후는 멋쩍게 웃으면서 아뢰길

 

“새 지아비는 상이 두려워서 감히 찾아와서 아뢰지 못하는 것입니다."라 하였다.

 

이에 상께서 매우 즐거워하시며 명을 내리시어 <유리>를 불러왔더니,

후는 달려가서 <유리>의 목을 껴안고 부부처럼 입을 맞추었더니,

 

상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동궁에게 명하여 동침하게 하시면서 이르시길

 

“내가 장차 너희들이 아들을 낳은 연후에 죽을 것이다."라 하셨더니,

 

이날 밤 동궁이 마침내 편전에서 후와 상통하였고,

후는 내키지 않아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더니만,

제께서 죽으셨더니, 곧바로 침상에 올라서 빈궁에서 합환하였다.

 

후는 꽤나 달빛을 부끄러워하면서 <월황지곡>을 지으시고 <진>공주를 잉태하사,

금슬이 호응함과 비익의 정은 형언할 수 없었더라.

 

일어나면 부축하여 일어나고 누울 땐 부축하여 누워서

잠시도 서로 떨어지지 않았더니,

<예>태후는 새 임금이 병이 날까를 걱정하며

항상 훈계하길 지나치게 합방하지 말라 하였으니, 후는 이것이 꽤나 고역이었더라.

 

춘추가 이미 서른일곱인지라, 기세가 좋아 훨훨 타올랐고 통통하고 늘씬하였으며,

누차 성총과 투기를 겪어서 상을 섬기는 도리를 깊이 체득한지라,

<훤화>처럼 넘쳐나고 <을전>처럼 단아하고 <대방>같이 순박하여서

그 들의 장점을 취하여서 갖추었더니,

모두가 마음을 썩인 나머지 스스로 체득한 것이었더라.

 

전날의 <소>후와 크게 달라졌던 까닭에

새 임금이 지극히 사랑하사 품에 안고 누울 때마다 칭찬하여 이르시길

 

“다른 이들은 그대의 성품이 영리하고 모질다면서 예쁘긴 하나 무정하다고 하였는데,

어찌 그리들 말하였단 말이오. 이리 온유하고 다정하신 것을?!"이라 하였더니,

 

후가 웃으며 아뢰길

 

“첩이 지난날엔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투막에다 길들여지지 않은 꿩이었던지라

제멋대로 잘난 체하면서 총애를 믿고 발악하였었더니,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선황께 죄를 지은 것이 많았음입니다.

 

거칠고 팔팔하던 시절 스무 한 해를 궁중에서 보내면서

많은 미인들의 오묘한 도리를 둘러보면서 스스로 체득한지라 이제야 좀 알만합니다.

 

원하건대 선제께 드리지 못하였던 것들로써

폐하를 받들어서 선제의 영령을 위로하면 속죄함이 가할 것으로 보이나,

다만 한스러운 것은 청춘이 많이 남지 않아서

고혈을 다하여도 오래도록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되옵니다."라 하매,

 

상께서 이르시길

 

“그대가 비록 머리털이 빠지고 늙어서 뼈들이 튀어나와도,

나는 응당 그대를 지금과 같이 할 것이오."라 하였다.

 

상께서 처음 찾아왔을 적에 <관패>가 헌신하며 몸을 허락하였던 까닭으로,

즉위하자마자 황후로 삼기로 한 약속이 있었으나,

궁중으로 거두고서도 후가 기뻐하지 않을 것이 걱정되어 후로 봉할 수 없었더니,

후가 상의 뜻을 헤아리고 봉하길 권하였으며,

 

이어서 애초와 같이 잘 어울리며 말하길

 

“어미께서 이미 돌아가셨는데, 형제가 서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겠소!"라 하였으며,

<패> 또한 그렇다 하여서, 우애가 매우 두터워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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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띨빡